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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ice U Dec 17. 2022

요리 실력이 늘 수밖에 없는 환경

미국에서 요리의 기쁨을 체험하다

"엄마, 미국 와서 한식을 더 많이 먹는 것 같아요. 한식이 이렇게 맛있는 줄 이제야 알았어요."

한국에서 워킹맘이었던 나는 늦게 퇴근해서 시간이 없거나 몸이 안 좋을 때 저녁식사로 배달 음식을 많이 먹었다. 당연히 피자, 치킨, 햄버거 등등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그런 음식이었다. 성장기 아이들 몸에 안 좋은 걸 알지만 배달음식이 편리하고 너무 맛있으며 각종 사이드 메뉴로 엄청 푸짐했다. 


그런데 미국에 오니 배달음식은커녕 외식도 터무니없이 비싸면서 너무 기름지고 맛도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다. 대신 마트(Grocery Store)에는 온갖 식재료들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신선하면서도 요리에 바로 넣어서 먹을 수 있게끔 깔끔하게 손질돼 있었다. 특히 당근이나 버섯이 그렇다. 당근은 채 썰어져 있거나 둥근 타원형 모양, 샐러드용 미니 당근이 있고 버섯은 종류도 다양한데 역시나 슬라이스 돼 있는 것들이 있어 요리하는 데 너무나 편했다. 오이의 경우 한국에서 항상 묶음으로만 싸게 판매하고 있어서 일정 기간 내에 다 소진하기가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미니오이가 있어서 식재료를 버리지 않고 알뜰히 이용할 수 있었다.

 

아이 엄마에게 미국은 좀 힘든 나라다. 취학 연령이 되기 전까지는 어린이집 비용이 너무 비싼 데다 초중고교에서 지급되는 급식은 너무나 형편없어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학생이 많다. 보통 미국에 온 한국 엄마들은 자녀의 도시락은 물론 남편의 도시락까지 2~3개의 도시락을 싸야 한다. 아무리 푹 자고 일어나도 아침식사 준비하고 아이들 등교 준비물 챙기느라 바쁜 아침인데 도시락까지 싸야 하다니 이게 말인가 막걸리인가?

유료 급식이 있긴 하다. 2.7달러(학교마다 다름)를 내면 피자, 핫도그, 치킨, 나초, 시리얼 등의 메뉴를 번갈아 먹을 수 있으나 그 퀄리티는 수준 이하다. 


우리 아이들도 처음 6개월 동안은 학교급식을 먹었다. 미국 음식문화도 배울 겸 아침에 허겁지겁 도시락을 싸면서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엄마 입장에서(아이들에겐 좀 미안하지만) 학교 급식을 이용해 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급식을 끊고 도시락을 싸간 이후로는 두 번 다시 급식을 사먹고 싶지 않다며 매일 도시락을 챙겨갔다.


7년 전 미국에 있는 형님 집에 처음 2주간 놀러 왔을 때는 한국 음식이 그리워서 어떻게 미국에서 계속 살 수 있는지 형님네 가족이 너무나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터를 잡고 살게 되니 H마트에서 웬만한 한국 식재료는 다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요리만 그럭저럭 한다면 완전 손이 많이 가는 또는 재료 공수가 어려운 몇몇 메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 해 먹을 수 있었다. 


아침은 간단히 빵과 우유, 과일로 해결하고 점심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오기에 하루에 저녁 한 끼는 나도 최선을 다해서 온전한 한상차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양과 맛 사이에서 조금 절충한 결과, 최고의 조합을 이룬 메뉴를 완성했다. 김밥과 라면, 짜장라면과 소고기 구이, 삼겹살과 쌈장 비빔밥, 냉면(물, 비빔)과 만두, 카레와 치킨. 이 특별 메뉴 사이사이에 볶음밥이나 미역국, 소시지 야채볶음 등을 곁들여 먹으면 1주일이 후딱 지나간다. 


엄마도 요리하는 데 부담이 없고 아이들 만족도도 커서 요리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H마트가 1시간 거리에 있는 필라델피아에 있어서 형님네와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가서 장을 봐온다. 거기서 한 달 정도 먹을 쌀, 단무지, 김, 냉동만두, 물냉면, 비빔냉면, 카레가루, 미역, 참치캔, 라면, 짜장라면, 떡국떡, 각종 소스(허니머스터드, 고추장, 쌈장, 참기름 등등), 한국 과자(과자는 한국 과자가 짱이다) 등을 사 온다. 그리고 2~3주에 한 번씩 코스트코(Costco)에 간다. 코스트코 목살과 냉동 치킨은 가성비 짱이다. 쌀이나 김, 과자 등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식재료가 많이 있는 편이다. 그리고 1주일에 2~3번은 집 앞의 웨그먼스(Wegmans)에 가서 신선식품 등을 주로 사온다.


미국 마트는 종류도 다양하고 규모도 상상초월이다. 코스트코, 월마트(Walmart), 웨그먼스, 타겟(Target), 와이즈(Weis), 자이언트(Giant), 알디(Aldi),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 샘스클럽(Sam's Club), 홀푸드(Whole Foods) 등등이 있는데 각 마트마다 특색이 있으니 집에서 가까운 세네 군데의 마트를 조합해서 쇼핑한다면 신선하고 다양한 식재료에 요리에 진심인 미국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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