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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글 Jul 30. 2020

감사하는 하루

하루 3번 감사하기

아침에 감사하기

어두운 밤의 색이 세상을 덮으면, 할 일이 남아도 잠자리로 향한다. 무리해서 깨어있다고 한들 내 몸은 정직하기에, 그 시간만큼 다음 날이 힘들다. 그렇게 어둠에서 눈을 감고, 빛에서 눈을 뜬다. 단잠을 깨우는 눈부신 빛은 언제나 반갑다. 해야 할 일들이 아득하게 느껴진대도, 그것보다 더 빠르게, 눈을 뜨고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따스한 햇살이기에 언제나 아침은 감사할 수밖에 없다.


아침을 크게 들이쉬면, 지난밤을 안전하게 살아온 것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아무런 위험도, 목숨에 대한 걱정도 없이 긴 호흡을 할 수 있었다는 것. 그 사실은 아침의 공기를 들이쉴 때마다 생생하게 찾아드는 기쁨이다. 나는 아무런 걱정도 없이 오늘을 살아낼 준비를 한다. 내 옆에서 곤히 잠들어있는 동생의 평화로운 숨소리가 들려온다. 방문 너머로 가족들의 아침을 준비하는 엄마의 분주한 움직임이, 창문 너머로 푸른 산과 하늘을 넘나드는 산새들의 노랫소리 들려온다. 아, 나의 아침은 언제나 고요하며 다정하다.


점심에 감사하기

찌뿌둥한 몸이 완전히 깨어나는 점심에는 맑은 정신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간다. 하루 중에 가장 생동력 넘치는 나의 몸과 마음에 감사하며 과업을 치러나간다. 특히 아침에 입맛이 없는 나는 점심을 가장 즐겁게 음미한다. 잠들었던 미각이 돌아오고, 삐걱거리던 몸에 균형이 잡힌다. 하기 싫은 일이라도, 막상 내던져지면 즐겁고 유익한 시간으로 완전해진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감정을 느끼며, 실패든 성공이든 기분을 느끼며 살아낼 수 있는 것에, 나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하루라는 것에 감사한다.


점심을 크게 들이쉬면 세상의 생동감이 몰려오는 듯하다. 길가에 핀 들풀의 생기, 바람을 스치는 나뭇잎 소리, 지나가는 이웃의 규칙적인 걸음 같은 것들이 나를 충만하게 한다. 나는 그들과 합하여 세계를 이루고 있으며, 함께 호흡하며 서로의 존재에 위안을 받는다.


저녁에 감사하기

하루의 끝자락에 접어들었다.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이 있다. 하지 못한 일을 마저 마무리하며, 하루를 돌아본다. 매일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으며 글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진다.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저녁의 시간은 혼자서 조용히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다 보면 감사한 일들이 내 마음을 떠다닌다.


저녁을 크게 들이쉬면, 쉽게 지나쳤던 것들이 눈에 보인다. 엄마의 무거운 어깨, 아빠의 짙은 목소리, 언니의 느릿한 눈빛 같은 것들. 좋거나 나쁜 일은 언제나 함께했기에, 나는 그 모든 감정이 섞여서 끝내 우리가 단단해지길 기도한다.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하루를 무사히 살아냈음에, 함께 내일을 바라보며 호흡하기에, 사랑하며 감사한다.


어느 때에도 감사할 수 있기에

도저히 움직이기 힘들었던 날이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날이었대도 괜찮다. 자연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음식에 맛을 느낄 수 있다면, 나를, 당신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리고 나의 작은 움직임에도 기뻐하는 당신의 마음을 알기에 나는 감사할 수 있다.


나의 업적이나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의 오늘을 판단할 수 없기에 감사하다. 24시간 속에 울고 웃으며, 슬퍼하고 기뻐하며, 힘들어하고 뿌듯해하고, 절망하고 벅차오를 수 있으니. 그렇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기에. 오늘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없기에.


내일이 있는 오늘이기에. 내일이 없을지도 모를 오늘이기에. 나는 감사하다. 내 삶은 감사하지 못하고 살 수 없는 날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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