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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글 Aug 10. 2020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자

무기력한 삶에서 탈출하기

내 상황을 제대로 직시하자

좋은 만남과, 책의 문장 같은 것들로 우울한 마음을 제법 걷어냈던 작년 겨울의 나는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경제활동도, 취직 준비도 뒷전으로 두고 아파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던 것이 아닌가? 한동안 그 시간이 아까워 땅을 치기도 했다. 그 후에는 정신을 가다듬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했다.


취직한 친구나 학교를 다니는 친구와 나를 비교하는 것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 내 인생곡선을 그려보기로 했다. 객관적으로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더 많았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다른 길을 걸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다.


처음에는 취직 준비에만 전념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불규칙적인 생활패턴을 혼자서 바로잡는 일이 힘들었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왕이면 어릴 적부터 하고 싶었던 무술을 배워보기로 했다. 가까운 도장을 찾아보니 집 근처에 합기도가 있었다. 검도나 주짓수를 배우고 싶었지만 거리가 멀어서 의지박약인 나를 믿을 수 없었다. 그날로 나는 합기도장에 등록했고, 매일 중, 고등학생들과 함께 수련을 받았다.


합기도에서 발견한 '느림'

성격이 급했던 나는 뭐든 빨리빨리 해치우려는 습관이 있다. 그런 내게 한 동작 한 동작을 신경 써야 하는 합기도는 답답한 운동이었다. 그런 내게 관장님은 매일같이 "천천히"를 외치셨다. 나는 나름 느리게 한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정성껏, 느리게 나아가야만 했다.


온몸을 이용해서 크고 작은 동작을 하나씩 유지하는 일은 지루했고,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즐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웅크려있기만 하던 내가 한 발자국 나아가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어떻게든 걸어서 빠져나가자

직장에도 학교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살아가며 가장 많이 느낀 기분은 막막함이었다. 경험해보기 전에는 전혀 가늠도 못했던 영역이었다. 소속감이 없어 불안한 나에게 스스로 내린 처방은 소속감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운동 하나를 시작하며 내 삶이 크게 바뀌길 바란 것도 아닌데 운동을 하기 전과 후의 삶은 많이 달랐다.


정해진 시간에 묵묵히 그 자리에 나아가는 삶. 스스로와 약속한 그 시간을 지키는 일은 생각보다 귀찮았으며 저녁의 시간을 모두 뺏기는 일이었다. 동시에 새로운 만남을 통해 생기 없던 일상에 활력과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을 활기차게 살아냈다. 어느새 나는 우울보다 기쁨에 가까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무기력한 삶에서 탈출하기

마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먼저 몸을 건강하게 가꿔야 했다. 활력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활력에 내 온몸을 내던져야 한다. 그리고 속도가 아닌 방향에 집중하며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합기도는 올해 초에 그만뒀지만, 현재 혼자서도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여태 급한 마음으로 살아왔던 시간이 고달팠으니, 힘듦에서 급하게 빠져나가기 위해 애쓰지 않으려 한다. 그저 나의 삶이 온전한 궤도를 찾을 수 있도록 갈망하며 기도하리라.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미 행복해졌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살아가자. 그러면 어느새 행복해져 있을 것"이라던 누군가의 문장이 떠오르는 밤이다. 무기력함은 가만히 놔두면 쉴 새 없이 불어나는 마음이기에 나는 끊임없이 행복을 되뇌어본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며,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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