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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글 Aug 11. 2020

느린 여정

양손에 사랑을 들고 걷는 걸음

취업 준비를 시작하며 사람들과 거의 만나지 않게 되었다. 특히 올해 초에는 거의 혼자 지냈던 것 같다. 그 당시 내 친구들은 아직 졸업을 안 해서 바쁘거나 나와 비슷하게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간혹 만나서 함께 이야기 나누면 서로 관심사가 맞지 않거나 비슷한 처지를 토로하며 더욱 지치게 되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점점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기 힘든 일로 인식하게 되었다. 마음이 공허한 상태로 누군가와 만나는 일은 스스로가 소진되는 것이라 생각하며 혼자 있기를 택했지만 점점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조용히 살아가며 작아지던 어느 날이었다.


아침엔 컴패션에서 우편물이 왔고, 점심엔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는 잘 받지 않는 편이었는데 왠지 받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심코 전화를 받으니 따스한 목소리가 다정히 들려왔다.


한 달 전에 지원한 컴패션 VOC 홍보대사 발탁 소식이었다! 컴패션 담당자분께서는 기쁜 소식을 전하며 기쁘게 축하해 주셨고,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상황으로 3월의 일정이 밀릴 것이라 말씀해 주셨다. 미뤄진 4월 모임도 확실한 것은 아니라고 하니 기약 없는 기다림이 예상되었다. 그래도 마음이 깊은 사람들과 언젠가 만나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두근거렸다. 오랜만에 느꼈던 가슴 뛰는 기쁨이었다.

그런데 놀라웠던 것은 담당자분께서 컴패션 VOC 신청서에 작성했던 나의 취업 준비 상황을 아시고 다정히 응원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세심한 위로가 너무 감사하고 신기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응원의 말은 보다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느꼈던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도 파비앙에게 응원을 보내는 사람임을 깨닫고 더욱 기쁜 마음을 품을 수 있었다.

VOC 신청서를 참 잘 써주셨다는 칭찬에 전화를 끊고 내 신청서를 다시 읽어보았다. 여기저기 문맥이 자연스럽지 못한 글이 조금 아쉽다가도, 꾹꾹 담긴 지난 마음에 감동받았다. '불과 한 달 전에 나는 사랑을 가득 품고서 사랑을 주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구나' 싶어 아쉬움, 고마움, 도전의 마음이 밀려왔다.

사실 깊었던 사랑의 마음이 시간이 갈수록 옅어지는 스스로에게 실망을 하고 있던 터라 내 마음에 남겨진 희미한 사랑의 자국이 더욱 크고 감사히 다가왔던 것 같다. 덕분에 한낮의 고요한 시간에 잊었던 초심과 사랑을 다시 채울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얼룩졌다 생각했던 지난날은 자기 비하로 이루어진 생각이었던 걸까? 초심을 잃으면 다시 초심을 돌아보고, 마음이 비면 사랑으로 다시금 채우면 된다는 생각에 어렵게만 여겨졌던 삶이 단순하게 다가왔다. 내 인생은 아무거나 주워 담는 궁핍한 삶이 아니었으면, 가장 소중한 것들로 나를 가득 채우는 느린 여정이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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