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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글 Aug 13. 2020

당신과 만나기, 마주하기

오늘이라는 예배

학생 때는 공부보다 책 읽는 일이 더 좋았다. 책을 읽고 있을 때 다가오는 엄마의 흐뭇한 시선을 즐기며 마법 같은 문장들에 매료되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기쁠 때나 슬플 때 책을 읽었으니 거의 책과 함께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단숨에 책을 읽어야 직성이 풀렸기에 한 권을 집어 들면 새벽이 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책에 집중하곤 했었다.


그런 바람직한(?) 습관은 어딜 갔는지 요즘엔 책 한 권을 다 읽는 일이 벅차다. 이제야 책을 나누어 읽는다는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전에는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라고 생각하며 살았었는데 참 웃긴 일이다.


취업 준비를 하며 좋아했던 책과 멀어진 나는 책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멀어져 있었다. 생활습관이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들은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 신앙적인 부분이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듯싶었다. 내게 가장 중요했던 예배가 온전하지 못하니 삶이 전체적으로 삐걱거렸던 것 같다.


말씀의 갈급함을 느끼던 나

친구의 블로그에서 책 <오늘이라는 예배>와 만나게 되었다. 제목부터 나를 사로잡았던 책이었다. 주일뿐만 아니라 매일이 예배가 되는 삶을 꿈꿨던 내게 필요한 책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책의 목차는 11개였다. 왠지 하루에 한 챕터씩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냥 그랬다. 그런데 첫 책장을 넘기며 그 마음이 확신으로 이어졌다. 한 단어, 한 문장이 너무 좋아 붙들고 있노라고 진도를 빨리 나가는 일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책에 반했던 나는 그날로 가능한 매일 한 챕터씩 읽어나갔다. (01 잠에서 깸 / 02 침대 정리 / 03 이 닦기 / 04 열쇠 분실 / 05 남은 음식 먹기 ・・・ )

책에는 아침을 맞이하는 것을 시작으로 잠드는 순간까지의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을 예배자의 마음으로 살아내는 법이 담겨 있었다.


나는 눈을 뜨면 책을 읽었고, 남은 하루는 책 속의 문장으로 살아갔다.


그렇게 5월을 보냈다.


책과 책 사이에 살아가는 일은 마치 내가 책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었다. 눈을 감으나 뜨나 책에 담긴 소중한 마음이 느껴졌고, 나는 그 마음과 함께 살아가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스스로와 마주할 수 있었다.


거대한 진리를 평범한 하루의 결에 대고 문지르는 일(34p)은 너무나도 가슴 뛰는 일이었다! 느리게 사는 법을 고민했던 내게 '반복적이고 느린 신앙생활'을 강조하는 책의 대목은 내 인생의 문장이 되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길들이며 작은 방법들로 나를 훈련함으로써 평범한 하루 안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볼 수 있었다. 글로서 표현하니 거창해 보이지만 쉽고 즐거운 일이기만 했다.


이후의 삶

매일 특별한 계획이나 만남으로 하루하루를 반짝이게 살고 싶었던 나는 그렇지 못한 취준생의 삭막한 삶에 지칠 때로 지쳐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인생의 대부분은 특별하기보다 평범한 날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화려한 날에만 관심을 쏟으니 정작 그렇지 않은 날을 사랑하지 못하고 집중하지 못하며 살아왔었다.


책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꼭 특별한 체험이나 빛나는 하루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좌절하고 고통받고 외로워하던 시간들, 평범하고 지루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이 책과 만난 후의 내 삶은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작은 것에 감동하고 기뻐하며,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법을 알게 된 나는 이제 아무리 노력해도 평범하거나 지루한 사람이 될 수 없다! 나는 그저 어떤 것에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언제나 사랑을 누리며 모든 일을 통해 그분의 일에 동참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구속은 우주의 갓길에 서 있는 우리에게로 부딪혀 오고 있다. 날마다 조금씩 가까이. 우리 주님이 우리를 위해 집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약속하셨기에 우리에게는 소망이 있다. 우리는 기다리고 있지만, 집에 갈 것이다. <오늘이라는 예배> 1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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