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모든 마음에게
왜 조급한 걸까. 우리는 어째서 잠잠히 기다릴 수 없는 걸까.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지나온 선택을 슬퍼하고 다가올 내일을 기대하지 못하는 걸까.
취업전선에 온몸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애매한 위치에서 살아내고 있는 요즘. 보여줄 것이 없어 숨기에 급급한 시간속을 흘러가고 있다.
나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나를 증명해야만 삶의 자격을 얻게 될 것 같아. 당장이라도 노력을 멈추면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나를 둘러싼 바다가 말한다. 언제부턴가 나아가는 것은 바라지도 못했다. 그저 나의 그늘에 잠기지만 않길 바랐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은 내 곁을 자주 떠나 세상을 활보한다. 나는 그들의 발에 시선을 고정하고 발동작을 따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차마 하늘을 올려다볼 용기조차 내겐 없다. 빠른 보폭의 발걸음이 내 위를 걷는것만 같다. 걷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내 몸을 길로서 내어주며 억눌린다. 갇힌다. 슬픈 마음만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나의 여름을 찾아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끝나지 않는 겨울을 숨 쉬는 일은 외롭고 시려서 자꾸만 꿈속에 갇히고 만다. 머무를 기억이 없어 꿈에 거하는 나의 밤은 길고 차갑다.
오늘은 얼어버린 마음을 들여다보려 촛불을 켰다. 내 마음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서 더욱 공허해졌다. 품은 마음이 없어서 그토록 시리고 괴로웠을까. 무엇을 채워야 할까? 작은 궁금증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무턱대고 아무런 것으로 배부르고 싶지는 않은데 -
오랜만에 집어 든 두꺼운 성경은 여전히 새로웠다. 어느새 나를 향한 문장에 깊게 빠져들고 있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는 전도서의 문장이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미뤄둔 분리수거를 했다. 정돈된 집의 모양이 나를 편안하게 했다. 모든 것이 헛되니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 행복이 더 이상 간절하게 와 닿지 않았다. 그토록 두려웠던 마음은 노력해도 불가능할 것들을 꿈꿔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저 너머에 있을지도 모를 이상보다 나의 현실이 사무친다.
당신의 다정한 설계에 내 마음을 온전히 맡긴다. 햇살의 포근함, 세상이 생동하는 소리, 고요한 아침, 빛나는 오후, 깊게 드리우는 저녁의 시간들. 순간순간마다 다가오는 작은 위로들이 모여 하루가 완성되었다. 나는 오늘도 살아있구나.
당신의 품 안에서 비로소 나는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조급함을 버리지 못했던 나, 잠잠히 준비할 수 없었던 나, 슬퍼하며 기대하지 못했던 나. 나는 지난 날의 나를 용서하고 싶어졌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싶어졌다. 다 이뤄내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음을 믿는다. 믿고서 오늘도 내일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