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글 Jul 17. 2020

다가오는 마음을 사랑하길

퇴사 후, 심리상담 기록

내 잘못으로 찾아온 두려움을 애써 무시하며 두렵지 않다고 세뇌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었는지 상담을 통해 자각했다.


상담 선생님은 내게 상황에 대해서가 아닌 <두려움이 찾아오는 마음>을 존중해주라고 하셨다.


어떠한 마음이 드는 것에 대해 언제나 '그럴 수 있는 것으로' 여기라며 괜찮다고.


내 친구들은 하나 둘 취직을 하거나 이런저런 활동으로 삶을 풍요롭게 바꾸는데, 나만 혼자 우울증에 사로잡혀 나아가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생산적인 활동을 할 힘이 전혀 없었다. 이런 나도 존중해줘야 한다니! 타인을 향한 칭찬과 존중은 쉬운 일인데, 왜 나에게 시선이 가면 그 일이 어려운 걸까. 나는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쪼잔한 사람이었다.




내가 여태 했던 또 다른 어리석은 노력이 있다. 날 위해서라기보다 타인을 위했던 짐작, 그에 따른 행동과 말들이다.


나는 언제나 타인보다 내가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한숨소리를 듣는 일이 너무도 싫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 더 힘이 들면 모두가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그냥 나를 갉아먹는 행위였다. 내 예측대로, 행동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아님을 간과했다.




그동안 아등바등하며 내 힘으로 살기 위해 무던히 애썼던 시간이 안타까웠다.(틀렸다곤 할 수 없으니 안타깝다는 표현은 그나마 마음에 든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에 상심하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려 시도하는 모습이(조금 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조금 더 옳은 것 같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내게 자연스레 일어나는 감정과 반응에 대하여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지 말기를, 앞으로의 모든 삶의 과정 속에서 나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상담은 총 7회 진행했었다. 상담 덕분에 깨달은 것이 많기도 했지만, 내가 정작 치유된 계기는 내 삶에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자 마음먹은 후였다.


무섭고, 두렵고, 피하고 싶은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이유는 이미 내 안에 있었다. 나는 세상을 마음껏 두려워했던 만큼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존재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아무도 내 문제를 완벽히 해결해 줄 수 없음에 안도한다. 내 삶이 누군가에 의해 통제된다면 얼마나 힘 빠지는 일이란 말인가.





사랑이 없는 마음으로 괴롭다면

그 마음조차 사랑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Love me mor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