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시절에피소드#19
20대가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30대 중반을 넘겼다.
사람에겐 다 '때'가 있다.
목욕탕에 가서 밀면 나오는 그 '때'도 있고, 시간으로서의 '때'가 있다.
더러운 의미(?)의 '때'는 목욕탕 가면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때'는 그렇지 않다.
내가 재수를 하고, 삼수를 하게 된 까닭은 공부하는 '때'를 놓치고 고등학교 시절 허송세월했기 때문이다.
살면서 중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바로 공부하는 '때'이다.
저마다 공부하는 '때'는 다르다. 각자 그 시기를 놓치면 다시 공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겪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중고등학생 시절에 그렇게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것도 본인들이 다 살면서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그 '때'를 놓치지 않았다면 남들이 좋은 대학 갈때, 나도 좋은 대학에 갔을 것이다.
남들보다 2년이 늦어지니까 다시 원상 회복시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삼수 끝에 지역의 국립대학에라도 들어갈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삼수시절에도 공부를 열심히 안한 점을 후회했다. 다만 그 후회를 후회로만 남기지 않고, 재주시절 에피소드를 브런치에 쓰면서 그때의 실패를 곱씹어보고 인생의 교훈을 얻고싶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20대 초반의 시간은 그저 쓰레기통에 쳐박힌 휴지조각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그 휴지조각을 꺼내, 심폐소생술을 거쳐 실패의 순간들에 의미를 부여했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괜찮다'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이 글들이 나와 비슷한 실패를 겪은 청춘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또 살면서 한번 쯤 실패를 겪은 사람들이 이 글들을 읽으며 옛 실패의 추억을 떠올리고, 웃음을 지으면서 훌훌 털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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