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기욱 Oct 03. 2020

알바촌극#12 추석 호프집 알바, 손님의 감동 한마디

알바경험담#12

저는 30대 중반 아재입니다. 제가 20대이던 대학교 재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주제로 소소한 깨달음을 적었던 글입니다. 오래 전 개인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2011년의 일입니다. 추석기간 동안 매형에 가게에서 4일 동안 알바를 뛰었습니다. 매형과 누나가 함께 하시는 가게는 20, 30대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클럽식 감성주점 '락코드'입니다. 편하게 호프집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말이지요. 


고생하시는 매형과 누나를 위해 4일 동안 아르바이트생으로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저희 부모님 통닭가게도 호프를 겸해서 하십니다. 그 때문에 집안일을 도와드리면서 서빙을 했던 경험이 많이 있었지요. 오래간만에 서빙 알바를 하며 느낀 점이 있습니다. 왜 이런 것을 적느냐 하겠지만, 이제는 어떤 느낌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해보려는 것이 제 습관이 되어버렸네요. 하하.


제가 4일 동안 느낀 것은 무엇일까요?


첫째, 서빙 아르바이트생의 미소는 손님에게 보약이더라

서빙 알바를 하다 보면 진상 손님을 만나게 됩니다. 나이 지긋하신 어른이라면, 다짜고짜 반말로 아르바이트생에게 주문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해는 됩니다만, 그래도 일하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나쁜 건 사실이지요.


다행스럽게도 저희 매형에 가게의 주요 손님은 제게 반말로 하지 않더군요. 같은 20대라 그런지 형 또는 오빠 심지어 삼촌이라고 말해주어서 안심(?)했습니다. ^^;. 이에 저는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손님도 무엇인가를 주문할 때 미소를 지어주시더군요. 서비스 업종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미소가 참 중요합니다. 미소는 손님의 찡그린 얼굴도 펴게 만들고, 손님이 덩달아 기분 좋게 만듭니다.


특히 음식점, 호프집과 같은 곳에서는 서빙 아르바이트를 할 때 친절한 미소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의 미소는 그 가게의 이미지가 되기도 하며, 손님은 그 아르바이트생 때문에 그 가게를 찾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아르바이트생이 친절하면 일을 시키는 사장님 입장에서도 뿌듯할 것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피곤도 하겠지만, 친절한 미소를 짓는데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의 미소는 손님에게 주는 일종의 보약이 아닐까요? 힘겨운 일상을 끝내고 맥주집을 찾은 손님의 경우, 아르바이트생의 환한 미소에 조금은 스트레스가 가시지 않을까요?
 

둘째, 제가 손님 옷에 맥주를 엎지르고 난 후, 그 손님의 대처에 감동하다


3일째였을까요. 잘 나가다가 딱 한번 사고를 쳤습니다. 생맥주를 테이블에 놓는 순간, 그만 엎지르고 말았지요. 그 때문에 남자 손님의 바지가 다 젖어 버렸습니다. 저는 '죄송합니다'를 연발하고 후다닥 달려가 마른 수건을 챙겨 왔지요. 그리고 테이블을 닦으면서도 '죄송합니다'를 연발했습니다. 참 죄송했지요. 기분 좋게 술 마시러 왔는데, 날벼락(?)을 맞았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한 손님께서 '컨디션' 1병을 건네주시면서 이렇게 말해주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고생 많아요. 이거 먹고 힘내세요~!"


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갑자기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더군요.  


바지가 젖은 손님은 괜찮다며 웃어 보이셨습니다. 참 감사하면서도 죄송스러웠던 순간이었지요. 세상에는 진상 손님도 많지만 참 매너 좋은 손님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매형과 누나네 가게 많이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흑흑.

셋째, 체력이 예전 같지 않더라.^^;

^^;. 4일 동안 새벽 아르바이트를 하며 느꼈습니다. 아, 나도 체력이 예전 같지 않구나 하고 말이죠. 반나절을 서빙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발목이 군대에서 막 행군 복귀한 것처럼 저리더군요. 그러고 보면 늘 새벽 늦게까지 일을 하시는 (당시) 30대인 매형과 20대 후반인 누나가 존경스러웠습니다. 

이번 알바는 2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제 자신의 체력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지요. 그래서 앞으로 운동을 열심하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지요.

이상으로 간략한 알바 후기였습니다. 매형께서 고생했다며 취업 잘하라고 정장 한 벌을 선물로 사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흑흑... 열심히, 잘해서 꼭 좋은 소식 들려드리겠습니다.^^


이전 12화 알바촌극#11 주유소 주유기, 사람을 닮았더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