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경험담#13
저는 30대 중반 아재입니다. 제가 20대이던 대학교 재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주제로 소소한 깨달음을 적었던 글입니다. 오래 전 개인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강연보조 아르바이트라는 것이 있다. 행사장에서 강연 준비에서부터 마무리까지 도와주는 것이 주 업무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경우가 있지만 주로 지인을 통해서 정보를 얻게 되는 알짜배기 알바다. 용모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가서 현장에서 담당자가 시키는 일을 하면 된다. 머리 쓸 일도 몸이 고될 일도 없다. 이 알바는 오히려 배우는 게 더 많다.
첫째, 유익한 강연을 들으며 알바까지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
둘째, 참가자 접수 및 안내, 음료수 제공 등의 간단한 업무가 장점(?)
크게 위 2가지가 강연보조 알바의 좋은 점이다. 나쁜 점은 딱히 없다. 일은 보통 이렇게 진행된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와서 현수막을 설치하고 엘리베이터와 같은 곳에 찾아오기 쉽게 안내 종이를 붙인다. 책상을 옮겨와 안내 데스크를 만들고 나눠줄 강연 리플릿, 다과 등을 보기 좋게 놓아둔다. 그 밖에 시키는 일을 가뿐하게 하면 된다.
강연 시간이 임박해서는 참가자 접수를 받고 자리 안내를 한다. 이때 "앞쪽부터 채워주세요."라는 말을 해주면 좋다. 그러면 다섯에 한 두 명은 앞자리부터 채워주신다. 강연장을 찾은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앞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개가 아파서 그렇거나 개인 취양일 수도 있지만. 보통 듬성듬성 떨어져 앉거나 뒷자리에 앉는 경우가 많다. 앞자리부터 질서 정연하게 채워야 뭔가 꽉 찬 느낌이 나고, 나중에 행사 스케치 사진을 찍을 때도 그림이 괜찮게 나오는 것 같다. 앞자리가 비어 있으면 무언가 휑하게 느껴진다.
이런저런 일이 끝나면 그 날 강연을 함께 들으면 된다. 그동안은 할 일이 없다. 강연의 주제가 평소 관심분야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강연이 끝나면 이때부터 더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한다. 일단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부분 강연이 끝나면 금방 자리를 뜨시기 때문에 후다닥 단체사진을 찍어야 한다.
"여러분 단체 사진 찍으려고 하니 앞으로 나오세요." 이렇게 말해도 사람들이 선뜻 앞으로 나오지 않으신다.
그럴 때 나는 이런 멘트를 날렸다.
"여러분 단체 사진 안 찍고 그냥 가시면 그저 강연일 뿐이지만, 사진 한 장 찍고 가시면 여러분 인생의 소중한 추억이 됩니다."
지금 생각하면 오그라들지만, 이 말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그제야 사람들이 앞으로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셨다. 아르바이트생인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시면서 '요것 봐라..ㅋㅋ'하는 눈빛을 보내시며 말이다. 단체사진 찍고 나중에 이메일로 보내드리면 이 또한 의미 있는 일이 된다. 바쁘시거나 귀찮아서 안 찍는 경우가 많은데, 10초만 투자해주시면 연사님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10초 투자해서 소중한 추억 하나 만들어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지 않을까.
단체사진 촬영을 유도하는 일이 끝나면, 나는 본연의 업무로 돌아간다. 후다닥 현수막을 거두고 자리 위의 쓰레기들을 재빠르게 치운다. 포스터나 안내용지 같은 것을 떼서 차곡차곡 모아놓는다. 의자나 책상의 배치를 처음대로 돌려놓아 행사장을 정리한다. 그리고 짐을 싣는 차까지 각종 짐들을 날라주면 강연보조 알바는 끝이 난다. 운이 좋으면 연사님과 관계자분들이 식사하는 자리에 따라가서 밥을 함께 먹을 수도 있다.
간혹 직원 교육, 세미나, 학회 보조 알바에서는 정장 차림을 요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