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과 법 2. 법의 테두리 안에
뉴스 신문 책 사람을 통해 세상의 법을 자주 접하다 보면, 법에 대한 실력이 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법을 아는 일은 부족하고 법은 많기에, 법을 몰라서 법을 어기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법에는 헌법, 법률, 명령 등 수많은 법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기본이 되는 법은 헌법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헌법만 보더라도 그 양이 매우 많습니다. 130가지나 되는 조항이 수많은 한자어와 딱딱한 말투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루에 1 조항씩 보더라도 130일을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크게 ‘국민의 권리’와 ‘국가 기관’에 관해 말합니다. 그중에서 주로 보는 것은 국민의 권리에 관한 내용입니다.
국민의 권리는 자기가 국가에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 권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마다 국가에 요구하면 국가가 들어주는 것’이라기보단 ‘국가가 자신이 어떤 일을 하지 못하게 일부러 훼방 놓지 않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헌법 15번째 조항이 있습니다. 이 조항으로 인해 “내가 하고 싶은 직업 무조건 시켜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국가가 그것을 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직업을 갖는 일에 국가가 일부러 나서서 막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언뜻 보면 굳이 할 필요 없는 말을 헌법에 써 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국가가 개인의 직업을 정해주는 나라도 있습니다. 다름 아닌 우리나라 바로 위에 있는 북한이 그렇습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스템’을 가진 나라입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란 ‘국민보다 사회가 더 중요하며, 개개인이 자유롭게 일하고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사회가 정해주는 대로 일하고 살아야 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은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권리가 없고 정부기관에서 지시하는 곳에서만 일해야 합니다. 게다가 북한 주민은 이동이나 이사를 자유롭게 하지 못해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일이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조항이 그저 당연한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 같은 나라가 이 세상에 거의 없으므로 그 조항이 매우 특별한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그 헌법 조항에서 매우 많은 법률과 명령, 규칙이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국가기술 자격법’은 직업을 얻는 데 필요한 자격증에 관련된 법이며, ‘근로기준법’은 직업인의 생활과 관계있는 법입니다. 그 외에 ‘직업안정법’ 등등 직업선택의 자유와 관계된 무수히 많은 법과 규칙이 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생활하려면 이런 법들을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절대로 아닙니다.
자기와 관계된 법만 골라 보더라도 도저히 감당이 안 될 만큼 법이 너무 많다고 생각된다면, 헌법의 ‘자유와 평등’ 이 두 가지만 알아두어도 괜찮습니다.
헌법의 항목 대부분은 자유나 평등에 대한 것이 많습니다.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조항에서 '모든 국민'은 평등을, '자유를 가진다'에서 자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헌법에서 말하는 자유 역시 ‘자유’가 있다고 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국가에 무조건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평등 또한 ‘무조건 자신을 부자와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자유는 ‘국민이 자유인이 아닌 노예 취급을 당하지 않는다’는 정도이고, 평등은 ‘나에게 자유가 있지만 상대방 또한 자유가 있다’는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람이 할 게 있을 때, 자기가 자유롭게 행동하면 상대방은 자기 때문에 자유롭게 생활하는 데 방해를 받는다는 점입니다. 자기가 기분 좋아서 자유롭게 소리 지르면, 그 옆 사람은 시끄러워 자유롭지 못하게 됩니다. 옆 사람의 자유를 막지 않으려면 자기가 소리 지르고 싶어도 참아야 합니다. 결국, 헌법에서 말하는 자유와 평등을 지키려면 자기가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조심하면서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것은 헌법에서 말하는 자유와 평등이 있으나 마나 한 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자기나 상대방이나 서로 소중한 사람이기에 서로 조심하고 살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함께 생활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때가 있고, 일부러 상대방에게 함부로 대할 때도 있고, 자신이 거꾸로 피해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사회에서 생활하면 피해를 전혀 안 주거나 전혀 안 받고 살 수는 없기에, 조심하면서 사고를 예방하고 조심하면서 일어난 사고를 처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헌법에서 말하는 자유와 평등의 의미에 가깝습니다.
헌법에서 세상의 많은 법률과 규칙이 생겨나며, 헌법 조항 대부분은 자유와 평등의 의미가 들어가 있으므로,
이와 같은 헌법의 자유와 평등 의미를 기초로 세상 모든 법률과 규칙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법이 벌을 주는 이유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조심히 살면, 법에서 어긋날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 세상 법을 다 알지 못해도 자신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일하거나 생활하다 보면 어느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게 됩니다. 물론 노동법 같은 특별한 법은 상식적으로 알아두어야 하겠지만요.
법은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입니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사람은 사람에게 조심히 대해야 합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조심히 대하지 못할 때가 있는 데, 그것은 자신의 이득을 많이 얻으려고 하거나 상대방에게 기대를 많이 할 때입니다. 직장에서 이득을 많이 얻으려고 물건을 형편없이 만들어 그것을 산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거나, 자녀에게 기대를 많이 한 부모가 자녀를 함부로 대하거나, 자신의 기대만큼 못하다고 자녀가 부모를 업신여기는 태도가 바로 그럴 때입니다.
매일 조금씩 조심해가는 생활을 하면서, 자기 가정과 직장을 살리는 합법적인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