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통함과 생각 통함 : 대화의 시작
영희와 철수는 함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영희 : “….”
철수 : “….”
(둘 다 말이 없습니다.)
말하기 기본은 일단 말을 하는 것입니다. 말을 하려면 할 말, 즉 말할 거리가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이 재밌는 이야기나 특별한 사건을 말할 거리로 생각합니다. 이런 말할 거리를 사용하여 말할 땐 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어떤 일에 준비가 필요하다면 그 일은 부담스러운 일이 됩니다. 사람은 부담스러운 일을 피하려고 합니다. 말하는 일이 부담스럽다면 당연히 말하기를 피하게 됩니다. 말이 없는 것입니다.
말이 없는 것을 막으려면 말하기 부담을 없애야 합니다. 평범한 일은 자기에게 익숙하므로 부담이 적습니다. 자기 주변에는 특별한 일보다 평범한 일이 훨씬 더 많기에 말할 거리도 많습니다. 그래서 대화를 쉽게 하려면 특별한 준비가 필요 없는 평범한 일 말하기가 가능해야 합니다. 평범한 일은 호들갑 떨면서 말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말하면 됩니다. 이런 말할 거리는 주로 ‘일상생활, 관심거리, 질문’이 있습니다.
- 일상생활
“나 어제 아침에 밥 먹었고, 오늘 아침에도 밥 먹었다.”
이런 평범한 일상생활 이야기가 말할 거리가 될까요?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하면 아무래도 자기를 이상하게 볼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말을 실제로 친구에게 해도 괜찮습니다. 별생각 없이 이런 말을 건네면 상대방은 “뭐지?” 하고 당황할 수도 있고, “그래? 나는 어제도 아침밥 안 먹고, 오늘도 안 먹었는데”라고 대답할 수도 있고, “갑자기 웬 밥 이야기야?”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상대방 대답에 맞춰 자연스럽게 말을 계속 이어가면 어느새 도란도란 대화하게 됩니다.
자기가 하찮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하지 않았던 말이 상대방에게는 적당한 말할 거리나 의외로 흥미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특별하고 재미난 이야기도 좋은 말할 거리지만 평범한 생활 이야기 역시 쓸 만한 말할 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특별한 이야기만 찾으면 말할 거리가 너무 부족합니다. 말할 거리가 무한히 많은 창고는 바로 일상생활입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해, 팔다리가 앞뒤로 막 막 움 움 움 움직이는 게~♪♪”
이 노래는 가수 악뮤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라는 노래입니다. ‘사람들이 움직인다’라는 일상생활 모습을 노래로 만들고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너무나 평범한 사람의 걷는 모습조차 매우 좋은 노래가 될 수 있습니다. 자기 일상생활을 하찮게 생각하지 않고 말로 할 수 있다면, 좋은 말할 거리와 가사가 되는 것입니다.
- 관심거리
말솜씨가 적은 사람이라도 자기가 관심 있는 일이라면 부담 없이 말합니다. 문제는 사람마다 관심거리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기와 상대방의 관심거리를 서로 같게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저것 좀 봐.”
두 사람의 취미나 취향을 갑자기 억지로 맞추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가게 간판, 지나가는 고양이, 멈춰 있는 자동차 등등 길을 가다 두 사람이 함께 바라보는 것은 양쪽 모두 가볍게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 됩니다. 둘이서 함께 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말하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관심거리를 가지고 대화할 수 있습니다. 매일 지나가면서 보던 것도 두 사람의 말할 거리가 되면 더 이상 뻔한 것이 아닌 의미 있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재밌거나 놀랄 만한 대화가 아닌 평범한 대화도 좋은 것입니다.
- 질문
자기와 상대방의 관심거리를 쉽게 맞추는 다른 방법은 질문하기입니다. 질문은 상대방을 말하게 하는 일이라서 이왕이면 대답하기 편하게 묻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려면 간단하게 묻는 것보다 조금 자세하게 물어야 합니다. “너 음악 좋아하니?”보다 “너 가수 중에 누구 좋아하니?”, “요즘 노래 중에 마음에 드는 곡이 뭐니?”가 훨씬 나은 질문입니다.
문제는 사람마다 취향이 매우 다양하므로 질문을 편하게 하더라도 서로 같이 좋아하는 것을 찾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하나만 걸려라’라는 식으로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부담을 많이 주므로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에 자기가 직접 관심을 두는 것이 나은 방법이 됩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좋아하는 가수를 자기가 시간 내서 살펴보는 것입니다.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그 가수 이야기를 하면 관심거리가 서로 같으므로 쉽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영희와 철수는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서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말하기 기본은 말하는 부담을 자꾸 줄이는 것입니다. 말할 거리는 많은 상식과 지식, 깊은 생각이 있어야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자기만 잘 아는 것을 말하면 대화에 오히려 손해입니다. 자기 일상생활, 지금 당장 보는 것, 질문하기 정도만으로 충분히 좋은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평범하게 느끼는 자기 자신과 자기 주변 일상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그것을 좋게 보면 충분히 쓸 만한 말할 거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특히 가장 만만하고 쓸 만한 말할 거리는 가족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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