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가정 : 결혼과 결혼생활
결혼 및 결혼 생활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1. 좋은 상대.
2. 돈.
3. 건강.
4. 사랑.
남녀에게 가정을 만들려는 본능이 있다고 해서 결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생활력·성격·매너가 좋은 사람끼리 만나는 일, 집을 마련하고 가정생활을 유지할 돈, 건강한 몸과 마음, 어려운 상황에도 서로를 사랑하는 것 등등 결혼하려면 필요한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쉬운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솔직히 이러한 모든 것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나마 가장 준비하기 만만한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매우 좋은 사람이 아니라도,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도, 몸과 마음에 아픈 곳이 있는 사람이라도 준비할 만한 것이 ‘서로 사랑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사랑이 아닌 다른 조건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주변 사람에게 소개받을 수 있습니다. 결혼에 필요한 돈은 부모나 은행에서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건강을 지키는 일은 병원이나 전문 시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꾸준히 사랑하는 일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 문제는 주변 사람・부모・전문가의 도움으로 해결하지 못하기에 서툴러도 둘이서 해결해야 합니다. 만약 해결하지 못하면 결혼 생활을 그만두거나 사랑이 없는 결혼 생활을 간신히 유지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결혼과 결혼생활에 ‘사랑을 잘 만들고, 사랑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랑에는 믿어 주는 것, 걱정해 주는 것, 보살펴 주는 것, 책임져 주는 것, 무언가 해 주고 싶은 것 등등 여러 가지 뜻이 들어있습니다. 각각 다른 행동이지만 사랑이라는 같은 단어를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표현은 남녀 사이, 부모 자녀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쓰입니다. 남녀의 사랑과 부모 자녀의 사랑은 서로 다른 느낌이 들지만 사랑이라는 같은 표현을 쓸 수 있습니다. 이것은 사랑에는 다양한 행동과 다양한 느낌이 있지만 무언가 공통점이 있다는 뜻입니다.
사랑의 여러 가지 뜻 중에서 공통된 말은 바로 ‘주는 것’입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사랑 또한 함께 주고받아야 합니다. 먼저 누군가가 주어야만 사랑을 주고받는 일이 시작됩니다. 상대방의 사랑을 받은 사람도 자기 사랑을 상대방에게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일을 꾸준히 해야만 서로의 사랑이 유지됩니다. 사랑하면서 주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믿어 주기’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미래를 모릅니다. 상대방의 미래는 더욱 모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사라질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모르기 때문에 상대방을 믿어 주어야 하고 다툼이 있더라도 사랑이 계속되기를 믿어야만 합니다. 상대방을 자꾸 의심하거나 서로의 관계가 점점 나빠질 것이라고 의심하면 두 사람 사랑에 손해만 날 뿐입니다. 걱정해 주고 보살펴 주는 일 또한 계속되어야 사랑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런 ‘주는 일’을 양쪽에서 꾸준히 해야만 결혼과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멋진 외모, 많은 돈, 좋은 직장이 있으면 쉽게 결혼하고 편하게 결혼생활을 유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로 이런 조건을 갖춘 사람은 배우자에게 멋진 모습, 돈의 여유, 안정된 생활을 줍니다. 그런데 같이 살다 보면 멋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 줄 때도 있고, 돈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며, 직장 생활을 그만둘 때도 있습니다. 언제든지 사람의 상황은 바뀔 수 있기에 이런 조건은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주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믿어 주는 것이나 걱정해 주는 것은 꾸준히 할 수 있습니다.
흔히 “결혼하면 정든다”라고 말합니다. ‘정(情)들었다’라는 표현은 친하고 가깝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정과 사랑은 서로 다른 것입니다. 단순히 함께 오래 지내서 정들었다고 사랑이 저절로 커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친하게 지내면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일만 늘어날 때도 많습니다.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일을 ‘사랑싸움’으로 만들지 못했다면 정은 많이 들었어도 사랑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결혼하면 정들지만 정만 가지고선 결혼생활을 계속하지 못합니다. 사랑을 서로 줘야만 합니다.
아무리 좋은 것을 주었어도 상대방이 좋은 점을 모르거나 함부로 대하면 헛된 일이 됩니다. 그러면 주는 사람이 좋은 것을 계속 주지 못합니다. 사랑에서 잘 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잘 받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자신을 믿어 주고 걱정해 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하찮게 대하는 사람은 사랑을 받기만 할 뿐 자기는 상대방에게 사랑을 주지 않습니다. 사랑을 받은 사람은 자신 역시 상대방을 믿어 주고 걱정해 주어야 합니다. 하다못해 감사 표현이라도 해야 합니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한쪽은 주기만 하고 다른 한쪽은 받기만 해도 됩니다. 그러나 사랑을 유지할 때는 양쪽 모두 주는 쪽이 돼야 합니다. 멋져 보이는 사람을 자신이 갖고, 상대방의 돈을 자신이 받고, 상대방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을 받으려고만 하면 사랑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사랑이 없어도 함께 지낼 수 있지만 굳이 꼭 함께 지낼 이유 또한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소한 다툼만 있어도 헤어지게 됩니다. 사랑이 없으면 서로 헤어지는 날만 기다리며 생활하는 불안한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둘 사이가 멀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서로에게 무언가를 주면서 다가가야 거리를 좁힐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둘이 서로 받기만 기다린다면 멀어진 사이를 다시 좁힐만한 방법이 없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자기에게 잘하기만을 기대하는 사람은 마냥 가만히 있을 뿐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군가 먼저 사랑을 주면서 다가가야 합니다. 사랑 주는 쪽이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흔히 ‘사랑받는 사람’이 두 사람 관계에서 힘이 있는 쪽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에서는 ‘사랑 주는 사람’이 두 사람 관계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사랑 주는 사람이 계속 주기로 결정하면 관계가 유지되지만, 사랑 주는 사람이 그만 주기로 결정하면 관계가 끝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연애나 결혼할 때 상대방을 휘어잡겠다든가 상대방으로부터 이득만 얻으려고 하는 사람이 둘 중에 한 명이라도 있다면, 사랑 주는 사람으로부터 이별이라는 말을 들을 일만 남은 것입니다. 사랑을 함께 쌓지 못하고 한 명이 그것을 빼먹으려고만 하면 사랑이 쌓이질 못합니다. 사랑이 바닥난 사람끼리 같이 사는 것은 아무리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곳에서 생활하더라도 사람으로서 감당하기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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