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과 사고 : 사기 사고
다음 중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요?
1. 사기 치는 사람.
2. 사기당하는 사람.
다른 사람을 거짓말로 속이는 것이 ‘사기’입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거짓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가벼운 거짓말 몇 번 했다고 사기꾼이 되어 감옥에 가진 않습니다. 그런데 일부러 거짓말을 해서 다른 사람 재산에 피해를 주거나, 다른 사람 재산을 빼앗거나, 다른 사람 인생에 큰 손해를 주면 사기죄로 감옥에 갑니다.
나뭇잎 도마뱀은 주변 나뭇잎처럼 자기 몸 색깔을 변하게 하여 다른 동물을 속입니다. 나뭇잎 도마뱀은 본능을 이용하여 쉽게 속임수를 쓰지만 그것을 알아차리는 일은 사람조차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동물보다 훨씬 지능이 높은 사람의 속임수를 알아차리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이처럼 상대방이 마음먹고 자신을 속이려고 하면 그것을 알아채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온종일 주변에 속임수가 있나 없나 확인하면서 생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나뭇잎 도마뱀은 한 가지 종류의 속임수를 쓰지만 사람의 속임수는 금전 사기, 결혼 사기, 취업 사기 등 그 종류까지 많습니다. 살면서 사기를 당하는 것은 피해자가 어리석기보다 워낙 사기꾼에 비해 피해자가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사기를 언제든지 당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속이는 것은 나쁜 일이지만 상대방을 믿고 그 말에 따라주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사기 치는 사람이 나쁘지 사기를 당한 사람이 나쁜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나쁘지 않다고 해서 사기로 인한 손해가 없어지진 않습니다. 사기당하지 않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금전 사기’는 거짓말에 속아 내 돈을 남에게 갖다 바치고 빼앗기는 일입니다. 도둑질을 당하면 자기 재산만 손해가 나지만, 금전(돈) 사기를 당하면 자기 재산뿐만 아니라 속았다는 괴로움과 배신당한 슬픔까지 느끼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억울하고 황당한 일을 누구나 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금전 사기는 사기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기입니다. 전화로 거짓말을 하는 보이스피싱,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돈 떼먹기, 거짓 회사를 만들어 돈을 뺏는 투자 사기 등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은 사기꾼이 상대방과 그 가족의 전화번호나 이름을 알아낸 뒤 전화로 사기 치는 일입니다. 흔히 가족의 갑작스러운 병·사고·범죄에 관한 거짓말을 하며 돈을 보내라고 요구합니다. 자신이나 가족에게 위급한 일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누구나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의외로 쉽게 당할 수 있는 사기입니다.
‘돈을 떼이는 일’은 남에게 돈을 빌려주고 제때 받지 못하는 일입니다. 생활하면서 흔히 겪는 일이기도 합니다. 적은 돈이라도 떼이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특히 큰돈을 떼이면 자기 인생에 막대한 손해가 생깁니다.
투자사기는 주식투자회사나 부동산 전문회사라고 속인 후 돈을 받아 도망가는 것을 말합니다. 짧은 기간 안에 투자한 돈의 수십 또는 수백 배로 불려준다는 거짓말로 사람을 꾀어냅니다. 큰돈을 쉽게 만들어 준다는 거짓말은 누구나 솔깃할 만한 말입니다. 뉴스나 신문에서 투자사기를 당한 사람의 소식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기는 대부분 ‘사기꾼의 거짓말 - 자기가 돈을 건넴 - 사기꾼의 도망’이라는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사기꾼이 사람에게 거짓말하는 방법은 매우 많아 일일이 다 알기 어렵습니다. 사기꾼은 교묘하고 치밀하게 사기를 칩니다. 누구든 사기꾼과 어울리게 되면 사기당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거짓말에 속지 않는 방법이란 사실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아무리 사기에 관한 지식이 많아도 사소한 거짓말 하나하나까지 모두 다 알아챌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사기꾼의 거짓말’ 부분을 확실하게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돈을 건넴’ 부분은 대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부분만 제대로 알면 ‘사기꾼의 도망’ 단계로 넘어가지 않기에 사기당할 일을 대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돈거래는 돈을 주고받는 일입니다. 돈거래에서 돈을 주면 그 돈은 ‘너의 돈’이 되고 돈을 받으면 그 돈은 ‘내 돈’이 됩니다. 즉, ‘내 돈’이 한 번 상대방에게 넘어가면 그 순간부터 그 돈은 무조건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너의 돈’이 됩니다. 그래서 돈 건네는 일을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호떡 1개를 10만 원에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영희가 그 가게에 들어가 자기 돈 10만 원을 건네주고 호떡을 샀다면 건넨 10만 원은 영희 돈이 아닌 호떡 가게 주인 돈이 됩니다. 그런데 영희 마음이 갑자기 바뀌었고 아직 먹지 않은 호떡을 되돌려 주고 돈을 돌려받고 싶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돈을 다시 돌려줄지 말지는 영희가 아닌 호떡 가게 주인 마음입니다. 호떡을 살 때는 영희 돈이었기에 영희 마음대로 살 수 있었지만, 상품을 취소하고 돌려주는 돈은 가게 주인 돈이므로 주인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가게 주인이 붕어빵을 호떡으로 속여 판 것이 아니라면 굳이 돈을 다시 돌려줄 필요는 없습니다. 손님이 돈을 주고 가게 주인이 물건을 넘겨준 순간 거래는 끝난 것입니다. 흔히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거래 취소를 해 주는 것은 의무라서가 아니라 그곳의 특별한 서비스라서 가능한 일입니다. 호떡 주인이 그런 서비스를 무조건 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만큼 돈이 한 번 상대방에게 넘어가면 상황이 정반대가 됩니다.
가족으로 속여서 갑자기 돈을 보내라는 보이스 피싱(거짓 전화) 사기꾼의 말에 속을 수는 있습니다. 그 대신 사기꾼에게 돈을 넘겨주는 순간만 조심하면 됩니다. 무엇보다 상대방에게 돈을 건네는 일을 서두르지 말아야 합니다. 사기꾼에게 돈을 급하게 보내지만 않으면 보이스 피싱 대부분을 피할 수 있습니다. 보이스 피싱에 당했다면 최대한 빨리 돈을 보냈던 은행에 이야기해야 합니다. 돈을 보내고 30분 이내에 신고하면 돈을 전부 찾을 수 있습니다. 병원비나 범죄 사건 합의금은 급하게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도 상식으로 알아 두면 좋습니다.
개인과 개인 돈거래 또한 돈을 건네주는 순간을 조심해야 합니다. 돈을 빌려주는 순간 그 돈은 상대방 돈이 되며 돈을 갚을지 말지는 상대방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돈을 떼먹은 사람이 처음부터 갚을 마음이 없었다면 사기죄로 감옥에 가지만, 가진 돈이 없거나 사정이 있어서 갚지 못한 것은 사기죄가 아니라서 감옥에 가지 않습니다. 그만큼 돈을 빌려주면 빌려 간 사람이 유리합니다. 돈 빌려준 사람이 빌려 간 사람에게 애걸복걸해야 하는 일이 빌려준 돈 받는 일입니다. 그래서 돈을 빌려주려면 돈을 건네주는 순간, 즉 자신이 불리해지는 순간을 기록해 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그것이 ‘차용증’입니다. 개인 간 돈거래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고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줄 때는 차용증을 쓰는 것이 낫습니다. 개인적으로 돈을 빌리는 사람은 주로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사람이라서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가 사실상 어려운 편입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이런 위험을 떠안기에 돈 빌리는 사람은 차용증을 쓰는 것이 매너입니다. 빌리려는 사람이 핑계를 대며 차용증을 쓰지 않는다면 돈을 갚고 안 갚고를 떠나서 매너가 없는 것입니다. 매너 없는 사람과는 돈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차용증 없이 돈을 떼 먹히면 재판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 돈을 빌려준 사람이 사건 자료를 다 모아야 하기에 돈 빌려준 사람만 고생하게 됩니다. 재판에 이기면 빌려준 돈을 어느 정도 강제로 받아낼 수 있지만 재판하면서 이런저런 비용이 들게 됩니다. 만약 돈 떼먹은 사람이 파산하게 되면 그마저도 받을 수 없습니다.
‘투자사기’는 돈을 빌려 주면 나중에 손해 없이 큰돈을 준다고 속이고 빌려 준 돈을 가로채는 사기입니다. 거짓 회사나 가짜 사업을 만들어서 돈을 뺏는 일입니다. 이 사기 역시 돈 건네는 일을 조심해야 합니다. 사기 치는 회사는 맡긴 돈을 10배, 100배 큰돈으로 불려 준다고 약속합니다. 그 말을 듣고 큰 욕심을 부리면 자기 재산 대부분을 건네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돈을 건네는 순간 그 돈을 사기꾼의 돈이 됩니다. 빼앗긴 돈을 다시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자기 재산을 투자회사에 맡길 때는 이왕이면 널리 알려진 기업에 맡기고, 한 곳에 너무 많은 돈을 맡기지 않아야 좋습니다. 무엇보다 쉽고 간단하게 부자가 되는 방법은 없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보이스피싱, 돈 떼이는 일, 투자사기 같은 금전 사기를 당하는 순간은 사기꾼의 거짓말에 속은 순간이 아니라 자기 돈을 상대방에게 건네는 그 순간입니다. 돈은 그냥 주든 빌려 주든 일단 상대방 손에 들어가면 내 것이 아닙니다. 어떤 거래든 급하게 돈 건네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기꾼에게 한 번 건네준 돈을 다시 돌려받으려면 사기꾼이 그 돈을 처리하기 전에 자신이나 경찰이 그 돈을 직접 찾아야만 합니다. 사기꾼을 잡아도 그 돈을 다 써 버렸다면 돈을 다시 찾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 외에 중요한 사기에는 결혼 사기와 취업 사기가 있습니다.
결혼 사기는 범죄 사실, 이혼 사실, 자녀 등을 거짓말하고 결혼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재판으로 혼인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혼인 취소는 결혼 사실을 무효로 만들고 혼인 증명서에서 기록을 삭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이·재산·직업·학력을 거짓말하고 결혼하는 경우는 혼인을 취소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는 혼인 취소가 아닌 이혼을 해야 합니다. 이혼은 혼인 증명서에 기록이 남습니다. 법적으로 결혼한 사실이 평생 남습니다. 결혼을 급하게 결정하거나 결혼을 빌미로 서로 돈거래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취업 사기는 아는 사람·길거리·지하철 전단지·인터넷 취업사이트를 통해 쉬운 일을 하고 많은 돈을 준다고 모집한 뒤 물건을 강제로 사게 하거나, 돈을 뺏거나, 일을 시키고 약속한 돈을 제대로 주지 않는 것입니다. 직장을 선택할 때는 미리 직장에 연락해 보거나 개인적으로 조사해 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특히 무조건 돈을 많이 주는 직장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사기꾼은 거짓말로 사람을 유혹하고 함정에 빠뜨립니다. 터무니없는 거짓말은 믿기 어렵지만, 많은 진실에 거짓말을 살짝 섞으면 구별하기 어려운 거짓말이 됩니다. 거기에 쉽게 큰 이득을 준다는 욕심을 불어넣으면 더욱 맛있어 보이는 거짓말이 됩니다. 몸과 마음이 아프거나, 세상 상식이 부족하거나, 실패를 자주 경험한 사람이거나, 생활력이 약한 사람은 이런 맛있는 거짓말을 덥석 물기 쉽습니다. 곤란한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드는 일이 사기입니다. 문제는 그런 거짓말을 구별하는 일이 절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대신 ‘돈은 한 번 건네주면 끝’이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어떤 일이든 차근차근 준비하고 진행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도둑질은 도둑이 한 일이라서 도둑만 원망하면 됩니다. 그러나 사기는 자신과 사기꾼이 함께 한 일이라서 사기꾼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원망하게 됩니다. 스스로 자기 재산을 사기꾼에게 준 사실은 자신을 매우 한심하게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그만큼 도둑맞은 것보다 사기당하는 것이 훨씬 더 괴롭습니다. 도둑질당하고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사기당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는 상당히 많습니다. 혹시나 사기를 당하더라도 자기 인생을 함부로 판단하고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돈이 정말로 중요한 것이긴 하나 생명만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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