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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사고

병과 사고 : 자살 사고

by 크느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1. 그 사람의 괴로움을 이해해 주고 위로해 준다.

2. 좀 더 살아보라고 말한다.


한 해 동안 수많은 사람이 교통사고・추락사고・화재사고・범죄사고 등 다양한 사고로 목숨을 잃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목숨을 잃는 사고는 자살 사고입니다. 2020년 사고 사망자 중 자살자의 비율이 약 50%였습니다. 교통사고・추락사고 같은 나머지 사고를 모두 합친 수와 자살 사고 수가 거의 같았던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2021년 한국의 코로나 사망자 수는 약 4,500명이며 같은 기간 한국 자살자 수는 약 13,000명입니다. 자살자가 코로나 사망자보다 약 3배 많았습니다. 이처럼 자살 사고는 생각보다 심각한 사고입니다.

교통사고가 나면 굉장히 소란스럽습니다. 많은 사람이 사고를 보게 되고 사고가 알려지기도 쉽습니다. 그러나 자살사고가 나면 매우 조용합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은밀히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간혹 학교 폭력이나 범죄 같은 특별한 사건과 자살이 관계있을 때는 크게 알려지기도 합니다만, 대부분 자살 사망자 가족은 조용히 사고를 정리할 때가 많아 잘 알려지지 않는 사고입니다. 자살 사고는 교통사고보다 더 많이 일어나는 사고이지만 많이 일어나지 않는 사고라고 느끼게 됩니다.

사람에게는 본능과 이성(理性)이 있습니다. 본능은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아는 능력이고, 이성은 생각하고 배우면서 아는 능력입니다. 사람은 본능이 있어 자기도 모르게 죽음을 두려워하고, 이성이 있어 일부러 죽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런 본능과 이성은 사람을 생존하게 만듭니다. 문제는 매우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자기 본능과 이성이 망가질 때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거나, 일부러 죽을 계획을 세우고 그 일을 저지릅니다. 사람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주로 돈 문제·건강 문제·가정 문제가 있습니다.

돈 문제는 자살을 생각할 만한 괴로움을 줍니다. 오랫동안 모은 돈을 도둑 맞거나 사기당하면 자기 인생 전체를 빼앗긴 것 같은 충격을 받습니다. 오래 가난하게 지낸 사람은 자신을 사회에서 매우 뒤처진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자기 재산을 크게 손해 보는 일은 심각한 사건입니다. 그러나 도둑이나 사기꾼이 자기 재산을 빼앗아 갈 수는 있어도 자기 실력까지 훔쳐 갈 수는 없습니다. 자기 몸과 실력이 있다면 막막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은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몸은 가난하더라도 마음만큼은 가난하지 않아야 합니다. 가난한 마음은 비뚤어진 마음, 받으려고만 하는 마음, 사랑이 없는 마음입니다. 마음이 가난하지만 않으면 자기 실력을 키울 수 있고 사람 관계 또한 좋아질 수 있기에 언젠가 가난한 생활에서 벗어날 때가 있습니다. 가난한 생활은 빚과 관계가 많습니다. 빚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빚이 많을수록 자기 돈을 모으기 어려워 가난한 생활을 벗어나기 힘듭니다. 만약 가난하면서 빚이 있다면 빚을 없애는 것을 생활 1순위로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 문제는 자살을 생각할 만한 괴로움을 줍니다. 심한 병을 앓는 사람은 그 병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느낍니다. 스스로 의식주정 생활을 할 수 없어 가족 도움이 많이 필요하기에 스스로를 가족의 짐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자기 실력을 키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기도 어렵습니다. 환자에게 이런 일이 오래되면 몸과 마음의 고통 때문에 자살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자살하는 것은 그 사람을 돌봤던 사람을 매우 괴롭게 만듭니다. 환자가 도움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자가 병을 이겨내려는 모습만 보여도 돌보는 사람과 주변 사람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됩니다. 환자는 짐만 되는 사람이 아니라 희망과 용기를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가정 문제는 자살을 생각할 만한 괴로움을 줍니다. 가족끼리 서로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는, 가정불화는 부부와 자녀 모두에게 심각한 일입니다. 가정은 사람 생존에 꼭 필요한 곳입니다. 자기가 사는 데 꼭 필요한 곳이 폭력이나 여러 이유로 자기를 못살게 구는 곳이 되면 그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듭니다. 어릴 적 자녀는 스스로 생존하기 어렵기에 가족에게 의지해야만 합니다. 가족은 본능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서로 깊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어려움이 심해도 쉽사리 관계를 끊지 못합니다. 가정불화가 있어도 자녀는 가족과 함께 지내야만 하며 당장 마땅히 피할 곳이 없습니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가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인 자살을 생각하게 됩니다. 자녀가 가정에서 오랜 기간 폭력을 당했다면 다른 어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나 자녀는 괴로워도 자기 가정을 의지하므로 다른 사람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하기가 어렵습니다. 가정 폭력은 부모가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않는 이상 해결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가정 폭력에 대한 학교 교육과 관련 법을 잘 만드는 것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녀가 성인이 되어 독립할 것을 목표로 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성인이 되면 부모의 폭력이나 강요를 거부할 자격이 어느 정도 생깁니다. 그 대신 준비를 충분히 해야 합니다.

학교 폭력 또한 가정 폭력과 비슷하게 볼 수 있습니다. 어린 학생이 갈만한 곳은 가정과 학교뿐이라서 학교에 자기 생활을 많이 의지합니다. 학교 폭력 때문에 학교에서 생존 위협을 받게 되면 학생이 갈 만한 곳이 없어집니다. 그렇다고 자기 마음대로 학교를 바꾸지도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까지 문제가 생기면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어 자살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 사이에 폭력을 쓰거나 불륜을 저지르면 이성과 본능이 망가질 만한 큰 충격을 받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일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운동 경기를 보면 ‘타임아웃’이 있습니다. 잠시 경기를 강제로 중단하고 어려운 상황을 피하거나 해결책을 찾는 것을 말합니다. 부부 사이에 몸과 마음의 상처가 깊다면 억지로 그 상처를 버티려고 하거나 관계를 끝내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보다 이런 타임아웃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습니다. 심각한 병에 들어 입원하게 되면 누구도 만나지 않고 혼자서 안정을 취하는 것처럼 가정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가정 문제는 다른 사람이 쉽사리 도움을 주기 어렵고, 도움을 주더라도 그 효과가 작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덜 주는 방향으로 규칙을 세우고 생활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사람이 자살하려면 자기 본능과 이성이 망가져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사람의 본능과 이성은 쉽게 망가지지 않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꾸준히 받아야만 자살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괴로움을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비슷한 괴로움이나 사고를 겪어본 사람만이 자기 일처럼 공감할 수 있습니다.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의 괴로움을 진정으로 느끼는 사람은 예전에 자살을 시도하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 정도일 뿐입니다.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자살하려는 사람의 괴로움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그만큼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괴로움을 이해해 주고 위로해 주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괴로움을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사람은 자기 미래를 모른다’ 정도는 말해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누구나 자기 미래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태어나는 곳과 자기가 생활하는 시대를 자신이 결정할 수 없습니다. 사는 동안엔 이성과 본능으로 인해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습니다. 죽음 또한 자기가 선택하기보다 병과 사고로 어쩔 수 없이 당하게 됩니다. 자기 인생은 자기 것이지만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마치 잠시 동안 자기가 맡은 것에 더 가깝습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어렵고 괴로운 인생을 맡았다면 자기 마음대로 끝내기보다 좀 더 뒷부분을 지켜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갑자기 힘든 일이 생겼듯이 갑자기 좋은 일도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언제 그런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두는 것이 낫습니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자기 미래가 망했다’라는 결론을 자신이 낸 것입니다. 모르는 미래를 자기가 다 알고 있다고 결정한 것과 비슷합니다. 사람의 인생을 자기 것이라고만 생각하면 자기 마음대로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인생은 자기 것만이 아닙니다. 사람은 자기 혼자 태어날 수 없고, 돌봐 주는 사람 없이 어린 시절을 지나갈 수 없고, 주변 사람 없이 살아갈 수도 없습니다. 특히 과거에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사람이 있었고, 지금 누군가가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앞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해 줄 수도 있기에, 그리고 자기가 남에게 사랑 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기에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조금만 더 결론을 늦추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지금 겪는 어려움이 나중에 되돌아보았을 때 자기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는지, 망하는 길이 되었는지는 미래에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나중이라는 시간에 자신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 할 일을 미루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지만 자기 생명을 스스로 멈추는 일은 미뤄도 괜찮습니다. 그래서 먼 훗날 어려운 시절을 넘겼던 자신을 자기가 위로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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