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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거저 알기

다툼과 법 : 법 알기

by 크느네

인근 소란죄로 범칙금 3만 원을 낸 현수는 화가 났습니다. 현수는 누구나 평등하게 노래할 자유가 있는데 왜 자기만 벌을 받아야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인근 소란죄 법에 정확한 소음 크기가 정해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현수가 노래에 관련된 모든 법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자기가 맡은 역할이나 일에 관계있는 법을 조금씩 알아 가더라도 세상의 법은 너무 많아 여전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경기 규칙을 모르면 반칙을 저지르기 쉬운 것처럼, 법을 모르면 언제든지 불법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2 × 5를 풀 때 구구단을 잊어버렸다면 2를 5번 더해서 답을 구하면 됩니다. 곱하기를 하지 못할 때 곱하기 기초가 되는 더하기를 알면 조금 느리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세상 모든 법을 알지 못해도 법 기초를 알면 불법을 저지르는 일을 거의 피할 수 있습니다. 법의 기초는 ‘헌법’입니다. 그런데 수학 기초, 더하기는 쉽지만 헌법은 어렵습니다. 헌법은 130가지나 되는 내용이 수많은 한자어와 딱딱한 말투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루에 한 가지 내용만 보더라도 130일은커녕 일주일도 쉽지 않습니다.

헌법에 있는 주된 내용은 ‘국민의 권리’입니다. 이 권리는 ‘국민이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마다 국가에 요구하면 국가가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 기관이나 다른 사람이 국민을 괴롭히지 않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국민으로서 대단한 요구를 할 권리’라기보다 ‘괴롭힘 당하지 않을 권리’라고 봐야 합니다.

헌법 15번째 내용은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입니다. 이 내용을 보고 자기 마음에 드는 직업을 국가에 다짜고짜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들어주지도 않습니다. 이 내용의 의미는 ‘자신이 직업을 갖는 일에 국가나 다른 사람이 일부러 나서서 막지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언뜻 보면 굳이 필요 없는 말을 헌법에 써 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어떤 나라는 국가가 개인의 직업을 이유 없이 막거나 일일이 정해 주기도 합니다. 다름 아닌 북한이 그렇습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기준으로 삼고 나라를 관리합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란 ‘국민보다 사회가 더 중요하며, 개인이 자유롭게 일하고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사회가 정해주는 대로 일하고 살아야 하는 것’을 뜻합니다. 북한 국민은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권리가 없고 정부 기관에서 지시하는 곳에서만 일해야 합니다. 게다가 이동이나 이사가 자유롭지 않아 자기가 직업을 선택하는 일이 더욱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헌법 내용은 그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북한 같은 나라는 그리 많지 않으므로 그 내용이 매우 특별한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 헌법 내용 한 가지를 기초로 매우 많은 법률과 명령, 규칙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국가기술 자격법’은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에 관계있는 법이며, ‘근로기준법’은 직장생활과 관계있는 법입니다. 그 외에 직업 소개와 관련된 법인 ‘직업안정법’ 등등 직업선택의 자유와 관계있는 다양한 법과 규칙이 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생활하려면 이런 법들을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알아두어야 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다른 사람의 직업 생활을 막으면 안 된다’라는 헌법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면 국가기술 자격법, 근로기준법, 직업안정법 등의 여러 가지 법 내용을 몰라도 그 법을 어기는 일을 상당히 피할 수 있습니다.

헌법에서 직업선택의 자유 부분을 몰라도 ‘자유와 평등’ 두 가지만 알면 헌법을 거의 대부분 아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내용에서도 ‘모든 국민’에서 평등을 ‘자유를 가진다’에서 자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헌법에 ‘자유’가 있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살게 해 주세요’라고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평등’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나를 부자와 똑같이 만들어 주세요’라고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헌법에서 자유는 ‘국민은 국가나 다른 사람 마음대로 억압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라는 정도이고, 평등은 ‘국민은 누구나 특별한 이유 없이 괴롭힘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라는 정도일 뿐입니다.

현수가 밤에 길거리에서 자기 마음대로 큰 소리로 노래하면 그 주변 사람은 피해를 받게 됩니다. 그 근처에서 잠자던 사람은 이유 없이 괴롭힘 당하지 않을 자유를 현수에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평등하게 잠자는 것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은 자기를 억압하고 괴롭히는 사람에게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권리입니다.

현수가 주변 사람의 자유를 막지 않으려면 자기가 소리 지르고 싶어도 참아야 합니다. 헌법에서 말하는 자유를 지키려면 자기가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자유롭게 행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헌법에선 자유가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선 이런저런 이유로 그다지 자유가 많지 않은 것입니다. 평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헌법에서 말하는 자유와 평등이 있으나 마나 한 것은 아닙니다.

현수가 소중한 사람이듯 주변 사람도 평등하게 소중한 사람이고, 현수가 노래할 자유가 있듯 다른 사람도 잠잘 자유가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현수가 노래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만 잠자는 사람은 현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를 뿐입니다. 잠자는 사람만 자유를 억압당하기에 노래하는 사람은 잠자는 사람에 비해 특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현수가 노래하고 싶다면 노래방을 가든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노래했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현수가 ‘인근 소란죄’에 관한 법을 몰랐어도 그 법을 어기지 않았을 것이고 범칙금 또한 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기나 상대방이나 모두 평등하게 소중한 사람이기에 서로 조심하며 생활하는 일에 자기 자유를 이용해야 합니다.

사람이 법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법을 지키지 않을 때 받는 벌이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책도 인터넷도 아무것도 없는 채로 화장실에 1시간만 억지로 갇혀 있어도 매우 괴롭습니다. 몇 달 몇 년을 감옥에 갇혀 사는 것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입니다. 절대 할 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법은 헌법의 자유와 평등을 기초로 만들어집니다. 자유와 평등의 기본적인 뜻만 이해하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조심히 살다 보면 어느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게 됩니다. 물론 노동법 같은 법은 상식적으로 따로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조심히 대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자기 이득을 많이 얻으려고 심한 욕심을 부릴 때나 상대방에게 기대를 많이 할 때입니다. 많은 이득을 노리고 물건을 형편없이 만들어 그 물건을 구입한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거나, 직원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자녀에게 기대를 많이 한 부모가 자녀를 함부로 대하거나, 자기가 기대한 것을 해주지 않았다고 자녀가 부모를 업신여기면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게 됩니다.

사람이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은 어린이라면 누구나 아는 말입니다. 그런데 생활하다 보면 이런 기초적인 내용을 자꾸 잊어버립니다. 어른이 될수록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인기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라고 생각할 때가 점점 많아집니다. 이와 관련된 사건을 뉴스와 인터넷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은 복잡하고 어려운 법을 모를 수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 같은 기본적인 법 또한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것을 모르는 것은 괜찮지만 너무 쉬운 것을 잊어버리는 것은 괜찮지 않습니다. 아주 어릴 때나 쉬운 것을 하지 못해도 적당히 넘어가 주는 것이지, 나이가 들었는데 너무 쉬운 것을 못하면 비난과 벌을 받습니다. 자유와 평등을 까먹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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