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과 법 : 다툼의 해결
어느 날 미희는 진수에게 그냥 무례한 말을 했고 화난 진수는 미희를 때렸습니다. 미희는 진수를 폭행죄로 고소했습니다. 미희는 나중에 민사 재판까지 할 계획입니다. 진수는 자신에게 잘못이 있지만 미희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희와 진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람은 완벽하지 않아 누구나 실수나 잘못을 하므로 다툼이 생깁니다. 다툼은 개인적인 사과와 용서로 해결하면 됩니다. 그런데 판단하기 애매한 다툼, 사과하고 용서하기 어려운 심각한 다툼이 있을 때는 재판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재판 역시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다툼을 불만 없이 깔끔하게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미희와 진수의 다툼에는 둘 다 잘못이 있습니다. 결과만 따지면 큰 잘못을 한 진수가 가해자가 되고 작은 잘못을 한 미희가 피해자가 됩니다. 그러나 원인을 따지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미희가 진수에게 심한 말을 한 것은 이유가 없었지만, 진수가 미희를 때린 것은 ‘미희의 나쁜 말’이라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먼저 괴롭힌 미희가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애초에 미희가 시비를 걸지 않았다면 진수는 폭력을 쓸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결과만 보면 진수가 가해자지만 원인을 보면 미희를 가해자로 볼 수도 있습니다.
법원 재판에서는 다툼의 원인과 결과를 함께 따지면서 판결을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다툼은 워낙 복잡하기에 미희와 진수 모두 기꺼이 받아들일 만한 판결을 내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결국 다툼을 개인적으로 해결하든 재판으로 해결하든 찝찝함과 불만이 생기게 됩니다.
세상에서 손해 보며 살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특히 억울한 손해를 볼수록 더욱더 그 손해를 보상받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그러나 자기 손해를 최대한 없애려고 다툼을 오래 끌게 되면 이미 생긴 손해에 자기 손해가 더 추가될 뿐입니다. 최대한 빨리 다툼을 마무리 지을수록 나중에 추가되는 손해가 적습니다. 그러려면 ‘자신이 어느 정도 손해를 봐야 한다’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자기가 주된 가해자라고 생각되면 큰 손해가 있더라도 상대방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갚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행여나 보상하는 일을 최대한 질질 끌면서 자기 손해를 줄이려고 하면 형사 재판과 민사 재판을 동시에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원래 보상해야 할 금액에 벌금과 변호사비까지 추가됩니다. 무엇보다 자기 인생에 범죄자라는 나쁜 제목을 달게 됩니다. 피해자에게 충분히 보상하면서 빨리 일을 마무리지어야 좋습니다. 상대방이 너무 심한 요구를 한다면 재판을 해야 합니다.
자기가 주된 피해자라고 생각되면 돈이든 마음고생이든 어느 정도 손해를 받아들일 다짐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피해가 생긴 순간부터 자기에게 발생한 손해를 없던 것으로 되돌리긴 불가능합니다. 다툼이 길어질수록 피해자는 억울한 기분으로 생활하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이 계속 늘어납니다. 가해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보상을 받으려다 다툼이 재판으로 이어진다면 자기 돈과 시간이 더 들기에 이득보다 손해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재판을 하게 되면 재판을 이겨야 하므로 재판 자체가 스트레스가 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문젯거리가 생기는 셈입니다. 물론 상대방이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재판을 해야 합니다. 결국 다툼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판을 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다툼을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자기 주변에서 자신을 쫓아다니며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 스토커가 있다면 대부분 경찰에 신고해서 그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경찰이 자기를 계속 보호해 주거나 스토커를 자기로부터 떨어뜨려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찰이 자기를 계속 따라다니면서 보호하는 것은 스토커가 무기를 직접 들고 쫓아오는 수준이 돼야 가능한 일입니다. 행여나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경찰이 온종일 자기 옆에서 보호해 주긴 어렵습니다. 그러려면 경찰 3, 4명이 한 사람을 위해 교대로 24시간 내내 붙어 있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경찰을 그렇게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경찰이 해줄 수 있는 것은 협박하는 사람에게 경고를 하거나 위치 추적 장치를 피해자에게 주는 정도뿐입니다. 스토킹은 범죄이기에 고소를 해도 됩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증거를 모으면서 재판을 준비해야 합니다. 만약 재판 결과가 가해자에게 무죄가 나왔다면 피해자는 더욱 불안해질 수도 있습니다. 비용이 많이 드는 민사 재판 역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가 생기면 바로 경찰서에 가서 고소하기보다 어느 정도 손해를 마음먹고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해야 합니다. 이런 스토킹 문제라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확실하게 자기 입장을 상대방에게 전해야 합니다. 스토킹 해결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도 하고 필요하다면 개인 경호인을 잠시 이용하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개인적으로 해 보고 나서 더 이상 방법이 없다면 국가 기관인 경찰과 법원을 이용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재판을 하게 되더라도 재판 과정 중간에 개인적으로 다툼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한번 더 있습니다. 우리나라 재판 과정에는 ‘합의’가 있습니다. 재판 결정이 나기 전에 서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고 함께 화해한 것이 합의입니다. 주로 보상금·반성문·합의 계약서를 주고받으면서 합의합니다.
합의는 피해자가 재판에서 이겼을 때 받을 돈을 재판하기 전에 미리 받고 재판을 취소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형사 재판에서 국가에 벌금을 내거나 벌을 받고, 민사 재판에서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형사 재판 중간에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주고 합의를 하게 되면 가해자는 형사 재판에서 벌금을 내지 않거나 벌이 많이 줄어들고, 민사 재판은 하지 않기에 이득입니다. 피해자 역시 재판을 하지 않으면 돈과 시간 모두 이득이 됩니다. 다툼 때문에 민사 재판만 진행하는 사건은 합의하면 다툼이 해결된 것이기에 바로 재판이 끝납니다.
간혹 피해자가 가해자를 너무 미워해서 합의해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가해자가 돈과 반성문을 피해자가 아닌 법원에라도 내면서 사과의 정성을 보여야 합니다. 이렇게 돈과 문서를 법원에 대신 내는 것이 ‘공탁’입니다. 법원은 이런 공탁을 합의와 비슷하게 봐줍니다.
이런 합의는 우리나라 법원의 특징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합의 제도가 거의 없습니다. 합의는 화해와 피해 보상을 이끌어 내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대신 가해자 처벌을 약하게 만들기에 보상이 아닌 처벌을 하고 싶은 피해자에겐 불만을 줄 수 있습니다. 합의 제도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왕 있는 제도인 만큼 잘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활하면서 다른 사람과 다툼이 생기면 원하지 않은 일이라도 일단 자기 일이 됩니다. 자기 일은 자기가 해결하는 것이 먼저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그다음입니다. 개인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너무 무례하고 몰상식할 때 재판을 이용해야 합니다.
다툼을 처리할 때 ‘손해 보고 살 수 없다’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자기 손해가 더 커지기 쉽습니다. 다툼을 처리할 때는 자기가 어느 정도 손해 볼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살다 보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습니다. 누구든 좋은 일만 생기고 나쁜 일은 겪고 싶지 않겠지만 영원히 나쁜 일을 피할 수만은 없습니다. 나쁜 일을 잘 견디고 넘기는 것이 좋은 일을 겪는 것보다 좀 더 중요합니다. 용기를 가지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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