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과 법 : 인터넷 범죄
인터넷에 악플(나쁜 댓글)을 썼던 영수는 어느 날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악플로 고소되었으니 조사받으러 OO경찰서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영수는 경찰서에 가서 여러 질문에 대답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벌금 50만 원을 내라는 편지를 법원으로부터 받았습니다. 댓글 하나로 영수는 범죄자(전과자)가 되었고 치킨 20마리 값을 벌금으로 냈습니다.
만약 경찰의 연락을 받고 영수가 무서워서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지 않으면 경찰은 영수를 직접 잡으러 갑니다. 이것이 ‘지명 수배’입니다. 영수가 학생이나 직장인이라면 학교나 직장에서 자신이 경찰에게 붙잡혀 가는 모습을 많은 사람이 보게 됩니다. 좋지 않은 일로 소문나느니 그냥 경찰 조사받는 것이 낫습니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과 말다툼을 하거나 말실수를 할 때가 있습니다. 상대방 몸이나 행동을 비방하는 인신공격을 할 때도 있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욕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을 했다고 범죄자가 된다면 아마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범죄자가 될 것입니다. 개인 말다툼이 사회 질서에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므로 이런 다툼으로 형사 재판을 하진 않습니다. 개인 말다툼으로 자기 기분이 나빠졌다고 해서 위자료를 요구하는 민사 재판을 하진 않습니다. 위자료는 큰 사고·불륜·이혼 같은 심각한 일로 정신적 피해를 봤을 때 요구할 수 있습니다. 개인 말다툼은 재판할 만한 문제가 되지 않으며 살면서 겪는 흔한 일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 앞에서 서로 말다툼하는 것은 특별한 문제가 됩니다.
어느 날 학교 강당에 전교생이 모였습니다. 준수는 순희를 데리고 맨 앞에 있는 무대에 함께 섰습니다. 많은 학생이 두 사람을 보고 있었습니다. 준수는 순희를 향해 “돼지처럼 뚱뚱하네”,“친구 돈을 도둑질했네”,“씨X”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 앞에서 다투는 일, 특히 한쪽이 일방적으로 언어폭력을 쓰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며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하거나, 거짓말로 누명을 쓰거나, 욕을 먹는 일은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줍니다.
순희가 뚱뚱한 것은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한다고 해서 무슨 말이든 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말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특히 많은 사람 앞에서 상대방 약점이나 비밀을 말하면서 망신을 주면 피해자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습니다. 순희는 앞으로 학교생활을 하기 못할 수도 있습니다. 충격이 심하면 신체적인 장애를 얻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거짓말로 누명을 씌우는 일은 더욱 나쁜 일입니다. 준수가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순희에게 누명을 씌웠기에 거짓말이 빠르게 전파됩니다. 한번 널리 퍼진 거짓말은 바로잡기 어렵습니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오랫동안 순희는 도둑 누명을 쓰고 생활해야 합니다. 놀림당하고 수치스러운 것보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이 훨씬 더 괴로운 일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거짓 소문을 많은 사람에게 퍼뜨려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가게를 망하게 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실이나 거짓말로 많은 사람 앞에서 상대방에게 피해 주는 것이 ‘명예훼손죄’입니다.
두 사람끼리 말다툼하다가 서로에게 욕한 것은 나쁜 일이긴 하나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상대방에게 욕하는 일은 단순히 기분 나쁜 일이 아닌 매우 심한 정신적 충격을 주는 일이라서 범죄가 됩니다. 이런 것을 ‘모욕죄’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명예훼손죄・모욕죄는 피해자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줍니다. 이런 일이 많아지면 사회 질서 또한 무너집니다. 사람의 생명과 재산, 사회 질서는 한 번 망가지면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기가 매우 어렵기에 법은 이런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명예훼손죄・모욕죄는 우리나라에서 불법이며 형사 재판이 가능합니다. 고소할 수 있습니다. 형사 재판이 가능한 일은 자기가 피해자라면 민사 재판 또한 당연히 가능합니다. 피해자가 오랫동안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면 민사 재판을 통해 위자료나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은 현실에서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모일 장소가 있어야 하고, 특정 시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야 하고, 많은 사람 앞에 나설 기회를 얻어야 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남에게 수치를 줄 만한 배짱 또한 있어야 합니다. 이런 범죄를 저지르려면 준비해야 할 조건이 많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인터넷은 이런 조건을 아주 쉽게 만들어 줍니다. 인터넷의 편리함은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것까지 많은 도움을 줍니다. 인터넷에서는 장소 제한이 없고, 항상 사람이 많으며, 누구나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말할 수 있고, 용기가 없어도 남을 쉽게 모함할 수 있기에 명예훼손죄・모욕죄를 저지르기 쉽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든지 이런 일이 가능하기에 준비 또한 간단합니다. 게다가 현실보다 더 빠르고 더 크게 피해가 퍼집니다. 이처럼 현실보다 범죄를 저지르기 쉽고 비슷한 범죄라도 훨씬 심각한 범죄가 되는 일이 바로 ‘인터넷 범죄’입니다.
그 대신 인터넷 범죄는 증거가 많이 퍼지기에 증거를 찾기 쉽습니다. 저장 또한 편리하므로 피해자가 증거를 모으는 일 또한 쉽습니다. 공개적으로 나쁜 댓글을 달거나 거짓말을 퍼뜨리는 인터넷 범죄는 재판을 준비하기가 편하며 피해자가 재판을 이기기도 쉽습니다. 그만큼 범죄가 걸리는 일도, 처벌받는 일도 쉬운 것이 인터넷 범죄입니다. 자기가 인터넷에서 거짓말을 하고 악플을 달았는데도 고소당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이 지금 당장 고소하지 않은 것일 뿐이거나 나중에 고소하려고 증거를 모으는 중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은 많은 사람 앞에서 한 명에게 나쁜 말을 들어도 굉장히 괴롭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 앞에서 많은 사람에게 심각한 비방과 욕을 듣게 되면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폭력이 됩니다. 폭력은 아무리 자주 접해도 익숙해지긴커녕 점점 더 두려운 일입니다. 그만큼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이 한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굉장히 심각한 일입니다.
인터넷에서 글을 쓸 때 남을 칭찬하거나 격려하는 글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남을 평가하거나 불만을 표현하는 글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을 향해 좋지 않은 평가를 하거나 불만을 말하는 것이 불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과격한 표현을 쓰거나 그 사람과 가족을 괴롭히는 말을 많은 사람 앞에서 쓰면 언제든지 불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그리 좋지 않은 글을 쓸 때는 항상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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