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연인에서 이별로

피할 수 없는 이별

by 크느네
화창한 주말 오후, 은우와 지수는 호숫가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지수는 친구 은지가 애인과 헤어졌다는 소식을 전화로 들었습니다. 싸우는 모습 한 번 본 적 없을 만큼 늘 다정했던 두 사람이기에, 지수는 이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자기야, 은지가 애인이랑 헤어졌대.

걔네가? 완전히 헤어진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나보다 더 놀란 거 같네. 나도 자세한 건 몰라. 두 사람은 4년 친구였다가 연인이 된 사이라, 웬만하면 헤어지지 않을 줄 알았거든. 근데 한순간에 헤어지는구나.

확실히 사귀는 것보다 이별하는 게 훨씬 빠르고 간단하긴 해. 사귈 때는 서로 알고, 친해지고, 고백하고… 복잡하잖아. 근데 헤어질 때는 그냥 “그만하자” 한마디면 끝이니까.

사귀는 건 마음이 같이 가까워지고, 상대 허락도 있어야 가능하잖아. 근데 이별은 한쪽 마음만 멀어지면 그만이야. 허락도 필요 없어. 너무 차이가 많이 나. 그래도 헤어질 쯤엔 “우리 헤어질까?”라고 미리 한 번쯤 물어보는 건 괜찮지 않을까? 아니면 왜 헤어지는지 이유라도 설명해 주거나.

못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묻고 대답할 일도 아니지. 이별 예고를 하면 남은 기간 스트레스만 더 많이 받을 거고, 이별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말하다 보면 감정만 더 상할걸?

서로 이별에 찬성하면서 깔끔하게 헤어지거나, 아쉬움을 나누면서 예쁘게 헤어지는 장면을 나름 상상해 봤는데, 다 부질없네. 그런 이별은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가 봐. 현실은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 그리고 충격받는 사람, 뭐 이런 거뿐이겠지.

커플 대부분은 ‘더 이상 너랑 있기 싫다’는 이유로 이별해. 그런 이유를 아무리 좋게 포장해 봤자 근사해 보이기는 불가능하지. 이별을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다 괴로울 뿐이야.

근데 연인 사이는 정말 이별 아니면 결혼, 두 가지로만 끝나는 걸까? 그냥 영원히 연인으로만 지낼 순 없나?

영화나 소설에선 두 사람이 늙을 때까지 연인으로 남을 수 있겠지. 근데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걸?

왜? 마음 단단히 먹고 지키면 되는 거 아냐?

결혼 없이 연애만 쭉 하자는 거, ‘우리 평생 같이 가자’면서 동시에 ‘서로 옭아매지는 말자’는 뜻이잖아. 근데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랑 자유롭고 싶은 마음은 서로 반대라서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어. 자칫하면 ‘난 내 맘대로 살 테니까 넌 나만 바라봐’ 같은 이기적인 욕심이 될 수도 있거든.

연인은 결국 끝이 정해져 있구나. 연애는 시작도 쉽지 않은데, 끝도 쉽지 않네.

지난번에 연인 중 10~30% 정도만 결혼까지 간다는 말이 있었잖아. 대부분의 연애는 이별로 끝나. 내 주변만 봐도 첫사랑이랑 결혼한 사람은 거의 없어.

하긴, 다들 몇 번의 이별을 겪고 결혼한 경우가 많더라.

물론 처음부터 결혼이나 이별을 미리 정해 두고 사귀는 건 좋지 않겠지. 그래도 연애가 영원할 수만은 없단 사실을 알고는 있어야 할 거 같아. 사람들은 주로 연애의 핑크빛만 보려고 하니까 전혀 생각지 못한 이별이 닥치면 세상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을 느끼는 거지.

근데 커플 대부분은 왜 헤어질까?

보통은 싸우고 화해하며 잘 지내다가도, 도저히 좁혀지지 않는 결정적인 차이를 확인하는 순간 관계는 마침표를 찍게 돼. 한쪽은 결혼을 원하는데 다른 쪽은 전혀 생각이 없거나,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 너무 달라서 평행선만 달릴 때가 그렇지. 특히 갈수록 말이 안 통해 벽을 보고 대화하는 기분까지 든다면, 더 이상 함께 미래를 그리기가 참 어려워지거든. 결국 핵심은 그거야. 나 혼자 고집 부리고 붙잡는다고 해서 이별을 피할 순 없다는 거지. 한 사람이 사랑싸움으로 극복해 보려고 아무리 애써 봐도, 상대가 놓아버리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그래. 만약 이별 통보를 받은 입장이라면, 처음엔 충격이 크고 현실을 거부하고 싶겠지만 결국엔 받아들여야 해. 이미 끝난 관계를 억지로 붙잡으면 그건 집착이 되고, 심하면 뉴스에 나오는 큰 문제로 번질 수도 있거든. 반대로, 헤어짐을 고민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나중에 외로울까 봐 질질 끌지 말고 이별을 결정하는 결단력이 꼭 필요한 거야.

우리 사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글쎄… 아마 헤어지지 않을까?

나 울 거야.

그럼 아마 결혼하지 않을까?

나 울 거야!

???

나 울고 싶으니까 중국집 가서 ‘울면’ 먹자. 내가 슬프니까 네가 사.

중국집 가서 밥 먹자는 말을 꼭 그렇게 해야겠어?

울면은 우동과 비슷하지만 녹말이 들어가서 걸쭉해. 뜨끈한 울면 국물을 먹으면 기분도 좋아져.

그, 그만. 알았어. 울면 먹으러 가자고.



연인 사이에서 더 많이 사랑받는 쪽이나, 상대를 쉽게 다루는 쪽이 관계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주도권은, 더 진심을 쏟고 더 예의를 지킨 사람에게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사귈 때보다 이별할 때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서로의 상처가 너무 커 이별 직전이라면, 잠시 시간을 두고 떨어져 지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정한 때에, 둘 다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관계를 이어 가고, 한 사람이라도 그렇지 않다면 그 관계는 이제 그만 정리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별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별할 때 내가 주로 상처를 받은 쪽이었는지, 아니면 상처를 준 쪽이었는지를 돌아보는 일입니다. 상처받은 경험이 많았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관계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만남을 차분히 준비해야 합니다. 반대로 내가 상처 준 일이 많았다면, 그 잘못을 잊지 말고 미안한 마음으로 이후의 모든 관계를 더 조심스럽게 대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풀리지 않는 다툼과 결혼에 대한 엇갈린 생각을 주고받으면 위기에 강한 연인도 이별하게 됩니다. 그런데 연인은 이별과 결혼의 큰 갈림길에서 결혼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면 무엇을 주고받아야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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