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로에그 Feb 12. 2024

세 번의 수술



나는 지금까지 세 번의 수술경험이 있다. 

첫 번째는 아이를 출산할 때 했던 제왕절개수술이다. 아이가 태어난 2000년은 밀레니엄 베이비라고 해서 사회적분위기가 자연분만, 모유먹이기, 천기저귀쓰기 등 기존의 출산문화와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특히나 뮤지컬배우 최정원씨가 수중분만하는 장면이 TV프로그램에 나오면서 이런 문화는 더욱 확산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왠지 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 기분이랄까.

아이의 출산예정일은 8월 15일. 태명을 '광복이'라고 지을까 하다 참았다. 그래도 태명인데 뭔가 의미있고 이쁜 이름이어야 한다. 푸르게 잘 자라라고 '푸름이'라고 지었다. 푸름이는 출산예정일이 지났는데도 나올 생각이 없다. 

하루하루 불안에 떤다. 나도 출산은 처음이라... 진통도 없다. 만삭으로 삼복더위를 지내자니 힘도 들고 지쳐간다. 예정일에서 열흘이 지나서야 아이가 태어났다. 그것도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로 말이다. 

17시간 진통을 했지만 자궁이 3cm밖에 안 열렸단다. 진통이 힘든게 아니라 오래 누워 있었더니 허리가 끊어질거 같다. 죽을거 같다. 보다 못한 남편은 수술을 해 달라고 한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시어머니와 친정엄마는 손사래를 치며 극구 말린다. 17시간이나 참았는데 무슨 소리냐는거다. 암튼 남편은 수술을 강행했다. 

아이를 낳고나서 당신밖에 없다며 앞으로 잘하겠다고 했다. 내가 큰 실수를 했다. 평생 이말 때문에 나는 남편에게 시달렸다. 말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다.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 나보다 자기가 더 힘들어서 그랬다나... 

출산과 동시에 아이는 황달기가 있단다. 모유수유도 힘들어졌다. 결국 나는 자연분만, 모유, 천기저귀 3종세트를 하나도 못한 몹쓸 엄마가 되었다. 

두 번째 수술은 2017년에 했던 자궁근종수술이다. 없는 형편에도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자궁에 혹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심한 하열을 하면서 수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동네 산부인과에 갔더니 자궁을 들어내라고 한다. 

뭔가 이건 아니지 싶었다. 50이 다되서 아이를 낳을 건 아니지만 왠지 싫었다. 이병원 저병원 수소문을 했다. 집근처에서 멀지 않은 곳에 복강경수술로 유명한 여성병원이 있었다. 의사선생님도 친절하시고 복강경수술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천만다행이다. 

2015년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강의를 듣고 주말엔 임장을 다녔다. 그렇다고 집안일을 안 하고 아이를 안 챙긴게 아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자기일하기 바빴다. 아이가 어릴때부터 나는 싱글맘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상황이었다. 남편이 하는 일은 야근과 철야를 하는 게 다반사다. 그러다보니 이직을 밥먹듯이 했고 중간중간 자기일을 하겠다고 해서 나를 많이 힘들게 했다. 

나는 사실 남편이 큰돈을 벌어오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많던 적던 고정적인 월급을 꾸준히 갖다주기만을 바랬다. 그러나 남편은 꿈이 큰 사람이었다. 나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혼자 잘먹고 잘살자고 그런게 아니란거 잘 안다. 그도 한 가족의 가장이었고 가장의 무게가 누구보다 무거웠을거다. 성공해서 보란듯이 살고 싶었던 마음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나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투자 공부를 하고 부동산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돈이 돈을 버는 시장이다. 그러나 늘 투자금이 없다. 혼자 발버둥을 쳐보지만 현실앞에 무너진다. 투자금을 모아 놓으면 어느순간 생활비로 써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허탈하다. 나는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속에 담아두는 성격이다. 그러다보니 결국 몸 어딘가에서 혹으로 쌓여가고 있었다. 그러다 더이상 안되니 신호를 보내온거다. 이제 그만 좀 쉬라고...

세 번째 수술은 2020년에 했던 갑상선수술이다. 이것도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혹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궁근종수술이후 혹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당시 나는 건설회사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시행과 시공을 함께 하는 곳이다. 회사는 제주도에 빌라 4개동 44채를 지어 분양하고 있었다.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중국사드문제가 발생했다. 

분양사업에 큰 타격을 받았다. 제주도의 부동산을 중국인들이 세컨하우스개념으로 많이 구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중국사드문제는 회사로서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분양이 되지 않자 회사는 자금난에 시달리게 된다. 회계담당자로서 내가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상황속에서도 저녁에 강의를 듣고 임장을 다니고 있었다. 특히나 월급쟁이부자들카페 실전반수업은 한달동안 매일매일 임장을 가는게 과제였다. 내가 잘 할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나는 100장이 넘는 임장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실전반을 마쳤다. 수업 때문에 미루던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 조직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결과는 결절이 암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지 싶다. 2년전 남동생도 같은 수술을 받았다. 동생이나 나나 성격이 비슷하다.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속으로 쌓아두었던게 문제였다. 타고난 성격이 그런걸 어쩌겠나. 

동생의 경험 덕분에 나는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나갔다. 동생이 수술한 병원에서 수술을 했다. 그대신 좀더 유능한 교수님께 수술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수술을 5개월이상 기다려야했다. 3년간 근무한 회사를 퇴사했다. 수술전까지 몇달간의 여유시간이 생겼다. 

이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내면 좋을까...


이전 10화 꿈은 이루어진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