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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에그 Feb 05. 2024

꿈은 이루어진다!



"안녕하세요?"

"다음 청약 준비하셔야죠~"


가게를 정리하고 시댁으로 들어가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있다. 없을수록 필요한거라 생각했다. 바로 보험이다. 그당시 보험하면 떠오르는 건 '아줌마'였다. 가가호호 방문해서 주방용품을 주며 보험가입을 권유하곤 했다. 그러나 내가 보험 가입을 한 곳은 외국계 보험사다. FC(재무설계사)라는 이름의 아줌마가 아닌 '남자'였다.


아이를 낳고 보니 육아정보를 찾는게 쉽지 않다. 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된 때가 아니다. 때마침 나라에서 '국민PC'사업이 시작되었다. 들어봤나 국민PC라고? 쉽게 말해 지금의 컴퓨터, 인터넷 대중화 특히 가정용 대중화에 한 획을 그은 사업이다. 드디어 우리집에도 컴퓨터가 생겼다. 하이텔을 가입한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그때만 해도 지역맘카페란 건 없었다. 전국구다. 나름 잘 나가던 다음카페에 가입한다.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었다. 재무상담코너도 있다. 보험회사를 다닌다는 분인데 친절하게 상담을 해준다. 몇년동안 보니 믿음이 갔다.


외국계 생명보험사 FC는 내게 보험만을 판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무지한 나의 재테크 멘토였다. 재무설계사답게 오자마자 자산,부채를 파악하고 월 수입등을 토대로 인생설계를 해준다. 낯설었다. 수당이 많이 떨어지는 상품을 팔기 급급한 보험아줌마와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그리고 청약통장 가입을 권유했다. 남편과 나 각각 만들어두라는 것이다. 그당시 남편은 결혼과 동시에 청약통장가입을 한 상태였다. 추가로 나만 가입을 한다. 판교신도시가 분양을 할거니 거기에 청약을 하라고 한다. 돈이 없다. 비싼 분양가를 감당할 수 없다. 여전히 나는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역시 달랐다.


"왜 그곳에 들어가서 살려고 하세요?"

"청약당첨이 되면 들어가서 살아야 하는거 아닌가요?"


그의 말은 이렇다. 좋은 지역에 집을 가지고 있고 허름한 곳에서 살면 된다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안되면 입주전에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도 된다고 한다. 망치로 머리를 쎄게 얻어 맞은 기분이다. 그때부터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신문기사를 봐도 '청약'이란 글자만 눈에 들어온다.


그가 말한 판교신도시는 2004년 분양을 시작해서 2009년 입주를 했다. 빚을 갚아야 했던 나는 청약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 못했다. 그당시 분가를 위해 모은 돈은 전세보증금에 보태야 했다. 그렇게 나의 꿈은 사그라들었다. 내 형편에 무슨 아파트 청약이야...


2007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009년 인생책을 만나면서 나는 누구보다 부동산과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꾸준하게 읽고 있던 신문은 나에게 많은 정보를 주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게 세상이다. 그런 나에게 그는 다음 청약을 준비하라고 한다.


바로 '위례신도시'다.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땅에 몇 년내 분양을 할거라고 한다. 사그라들었던 나의 가슴은 또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번엔 꼭 꿈을 이루고 싶다.


위례신도시 관련기사는 나오는 즉시 오려서 스크랩을 했다. 청약 전략을 짜야 한다. 무슨일이든지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과 목표를 정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당첨이 잘 되려면 특별분양을 노려야 한단다. 노부모를 3년이상 부양하면 된단다. 친정엄마를 우리집 주소에 올렸다.


중대형평수 위주로 분양을 한단다. 분양가가 아무리 생각해도 비싸다. 할 수 있을까... 꿈과 현실의 간극이 생각보다 너무 크다. 시범아파트는 들어가서 살아야 한다. 소형 평수에 분양가는 저렴하지만 나에게는 무리다. 민간건설사의 분양을 노려야 하는데 기본 38평이다.


드디어 내가 원하던 민간분양공고가 떴다. 입주자모집공고는 인간적으로 너무 깨알글씨다. 그래도 한글자 한글자 놓쳐선 안된다. 모집공고를 확인후 남편과 나 둘다 신청을 한다. 역시나 특별분양을 노린 남편만 당첨이 되었다. 꿈에 그리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내가 당첨된 아파트는 '현대엠코 플로리체 38평' 분양가는 6.5억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내가 당첨이 되었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다. 게다가 분양가 6.5억은 말도 안되는 가격이었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2013년은 금융위기를 겪으며 부동산은 하락장이었고 꼭지에 부동산을 구입했던 사람들은 부동산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하락장을 거쳐 조금씩 상승으로 가기 위해 에너지를 쌓아 가고 있었다.


나도 그때는 몰랐다. 재테크멘토의 말만 듣고 시작했던 일이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그랬다. 부동산 상승초기의 시장에 나도 모르게 첫발을 디디고 있었던 것이다.


분양가 6.5억이면 계약금은 6천 5백만원이 있어야 한다. 발코니확장비를 포함하면 조금 더 있어야 한다. 나는 그돈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아무리 맞벌이라고 해도 3년동안 모을 수 있는 돈이 아니다. 그당시 내가 가진 돈은 1천 5백만원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나는 계약을 했다. 꿈을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온 우주가 나를 도와준다는 것을 말이다.


형부는 여전히 해외에서 근무중이다. 언니는 조카의 특례입학을 위해 해외에 5년정도 나갔다 들어올 예정이었다. 살던 전세금을 그냥 통장에 넣어두고 나갔다. 평상시 언니에게 나의 꿈을 이야기했었다. 꼭 위례신도시에 분양을 받을거라고 노래를 불렀다.


가게를 할때부터 나를 물심 양면으로 도와줬던 고마운 언니다. 사정 얘기를 하니 언니가 나의 꿈에 투자를 하겠다고 한다. 어차피 통장에 넣어둬봐야 이자도 많지 않다면서. 나중에 이익금을 주겠다고 하고 언니의 돈을 보태 계약금을 치뤘다. 여전히 언니는 나에게 고맙고 미안한 사람이다.


아파트 청약을 통해 배운것들이 많다. 2기 신도시의 하나인 위례신도시는 1기 신도시와는 확연하게 다른점들이 많았다. 우선 판상형아파트가 대부분이던 시장에 타워형아파트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중층아파트 위주에서 30층 이상의 초고층아파트로 옮겨가는 시기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특화된 평면에 골프장, 헬스장등 편의시설을 비롯해서 홈오토시스템으로 모든 것을 스마트하게 바꾸어 놓았다. 이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사람들의 삶의 질이 달라진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을 바라보는 시기에 사람들은 '양'보다 '질'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새아파트가 그런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2년이 지나 전매제한이 풀렸다. 내가 가진 돈이 너무 없다. 입주후에도 오를 게 뻔하다. 하지만 그때가지 끌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분양권을 프리미엄을 받고 팔았다. 이때 알았다. 남편이 우겨서 고른 타워형은 판상형보다 프리미엄이 작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아파트의 브랜드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우리가 분양받은 아파트는 현대차그룹의 건설회사 현대엠코다.


사실 이런 건설사가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분양이 나오는대로 청약을 넣어야지 했는데 첫판에 당첨이 된거다. 현대엠코는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에 합병되어 이후 힐스테이트로 일원화되었다. 그때 만약 래미안이나 푸르지오를 판상형으로 분양받았다면 수익금은 몇배가 차이가 났을지도 모른다. 아깝다. 그러나 무지함을 인정해야 했다. 부린이에겐 이것도 감사한 일이다.


청약당첨이후 아파트 시장은 판도가 바뀌었다. 부동산 상승장으로 확실히 돌아섰다. 분양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청약경쟁률은 치열해졌다. 분양권을 판 돈이 생겼다.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때마침 살던 지역에 아파트를 분양한단다. '부천옥길지구'다. 그때만 해도 분양자격이 까다롭지 않다. 내 청약통장을 활용할 수 있다. 모델하우스에 가니 29평이면 세식구 딱이다 싶었다. 남편은 33평이 좋단다. 늘 느끼지만 남편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


옥길호반아파트 33평에 당첨이 되었다. 10층에 사이드집이다. 29층에 10층은 은근 생각보다 높지 않다. 게다가 고가도로옆이다. 고민이 된다. 한참 아주버님과 사업을 준비하던 남편은 돈벌어서 나중에 피를 주고 좋은 동호수를 사면 된다고 포기를 하란다.


그당시 분양가가 3.6억이였던 그 집은 2021년 폭등장에 10억을 넘어섰다. 게다가 남편이 준비하던 사업은 빚만 지고 정리가 되었다.


이제 투자금을 가지고 나는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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