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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에그 Jan 29. 2024

인생책을 만나다



책대여점에서 낮에는 언니가 밤에는 내가 일을 했다. 그러다 나는 결혼을 했다. 때마침 언니는 새로운 직장을 구했다. 혼자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다. 새댁이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는 건 무리다. 오후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이제 낮시간에 일을 한다. 책대여점 특성상 오전은 한가하다. 무료함을 달래고 있을때 누군가 들어온다. 

"어서 오세요~"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다. 상품권을 부채처럼 펴 보인다. 손님인줄 알았더니 신문을 보란다. 6개월 공짜로 넣어준단다. 상품권은 물론이다. 오전에 한가함을 이유로 또 넘어갔다. 그날이후 출근하면 신문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정치는 관심없다. 학창시절 역사를 제일 싫어했다. 경제면은 모르는 용어 투성이다. 사회면이 그나마 볼만하다. 메인보다는 섹션을 더 좋아했다. 그때 그때 이슈를 담은 섹션을 읽으며 놀거리와 먹거리에 집중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안보던 정치와 경제에도 관심을 가진다. 상식이 늘어갔다. 특히나 광고를 보니 신상품에 대한 정보가 많다. 누가 뭘 물어보면 아는 게 많다. 그 재미에 더 열심히 신문을 읽는다. 

임신 소식을 듣고 가게를 정리했다. 할일이 없다. 태교를 위해 사놓은 책을 읽는다. 몬테소리 아줌마한테 넘어가서 100만원어치 전집을 구입했다. 에릭칼의 '배고픈 애벌레'. 선명한 색감에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을 그린 입체적인 그림책이다. 전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아이가 태어났다. 열심히 책을 읽어준다. 나 어릴적엔 세계명작전집이 전부였다. 두꺼운 백과사전도 기본이다. 책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다. 심심하면 책을 다 꺼내서 마른인형의 집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걸 좋아했다. 그랬던 내가 아이를 위해 책을 읽는다. 나이들어 읽는 동화책이라 그런가 감동과 재미가 있다.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한글을 떼고 나니 책을 읽어줄 일이 없다. 나를 닮았나 아이는 책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나는 동화책에 푹 빠져 있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초등학생을 위한~> 이란 타이틀로 출간된 책들이 유행이다. 학창시절 싫어하던 역사도 <초등학생을 위한 역사> 시리즈로 읽으니 이렇게나 재미가 있었나 싶었다. 

아이보다 책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매일 갔다. 이젠 만화책시리즈를 읽는다. 그리스로마신화부터 먼나라이웃나라까지. 역사를 알고 드라마를 보니 재미가 있다. 역사드라마 매니아가 된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인생책을 만났다. 지방 근무를 다녀온 남편의 가방에서 빨간표지의 책을 발견했다. 책을 안 읽는 남편이 왠 책이지 싶었다. 같은 숙소에 있던 직원이 읽어보라고 줬단다. 읽었을리 만무하다. 나라도 읽으면 된거다. 

그런데 책에 빠져서 읽었다. 충격이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는 책이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부자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모르는 부자의 공식이 있었다. 저자는 '금융지능'을 강조한다. 회계는 지루한 공부지만 중요하고 꼭 필요한 공부라고 말한다. 책의 핵심은 부자가 되려면 '자산'과 '부채'의 차이를 알고 '진짜 자산'을 사라는 것이다. 

나는 여상을 졸업했다. 그당시 건설회사 회계업무를 담당했고 재무제표를 볼 줄 안다. 그가 간단하게 보여주는 재무제표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산이라고 생각한 자동차도 부채고, 살고 있는 대출 낀 집도 부채란다. 

월급이 들어오면 쓰기 바쁘다. 고작 할 수 있는 건 얼마 안되는 저축이 전부다. 이대로 가면 가난한 삶을 벗어날 수 없다. 그날 이후로 책날개에 소개된 작가의 책을 몰아서 읽었다.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가슴이 벅찼다. 

이제는 초등학생 책이 아닌 재테크 책을 읽는다. 주로 절약과 저축에 관한 내용이다. 읽다보니 부동산이 중요하단다. 토지에 관한 책을 빌려본다. 토지는 왠지 거부감이 든다. 부동산관련책이 생각보다 별로 없다. 부동산하니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었다. 

내가 그걸 어디에 두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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