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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에그 Feb 01. 2024

세 개의 자격증



나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건축은 설계와 시공으로 나뉜다. 내 전공은 설계다. 건축의 '건'자도 모르던 내가 어떻게 건축설계를 전공하게 되었을까? 

여상을 졸업하고 들어간 회사는 성수동에 위치한 <신도리코> 본사다. 여상을 졸업했음에도 나는 돈 만지는 은행은 가기 싫었다. 그래서 일반 기업을 택했다. 회계부가 아닌 자재부가 내가 속한 첫 부서다. 입사하고 보니 많은 여직원들이 퇴근후 대학을 다니는 분위기다. 왠지 안 다니면 나만 손해 같다. 5시에 퇴근을 한다. 부럽다. 

옆부서 선배가 그해 대학에 입학했단다. 전공이 '건축설계'란다. 화구가방과 도면통을 들고 다닌다. 뭔가 있어 보인다. 때로는 아기자기한 모형도 가지고 온다. 과제란다. 무언가 쪼물락거리며 만드는 걸 좋아하는 나다. 다음해 나는 그 선배의 직장후배이자 학교후배가 되었다. 

건축에 문외한이던 나는 '건축설계학과'를 선택한 걸 후회했다. 창의력과 거리가 먼 나는 프로젝트마다 힘들었다. 과제도 많았다. 수업이 끝나면 10시다. 집이 멀어 도착하면 12시가 다 되었다. 새벽까지 도면을 그리고 모형을 만들다 지쳐 잠든다. 새벽에 일어나 어김없이 출근을 한다. 사는게 사는게 아니다. 

고민이 된다. 4년동안 다닐 자신이 없다. 전과도 생각한다. 그러나 늦게 시작한 공부로 시간도 학비도 여유가 없다. 1년을 다니고 퇴사를 결심한다. 다들 말린다. 그 대학 그 과를 졸업하고 이만한 회사에 입사는 어렵다고. 차라리 학교를 포기하란다. 그러나 나는 직장을 포기했다. 보란듯이 성공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퇴사를 하자 수업시간을 낮시간으로 바꿨다. 대학다니는 거 같다. 동아리활동도 한다. 늦게 들어가려니 선택권이 없다. 연극부에 들어갔다. 연극도 한번 했다. 남들보다 2년은 늦은 나이지만 대학생활을 만끽했다. 

학교와 집이 너무 멀다. 맘 맞는 친구와 3학년때부터 자취를 했다. 학교가 코앞이다. 어느덧 졸업반이 되었다. 졸업후 진로가 고민이다. 결국 '건축설계'가 아닌 '건축시공'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 과를 졸업하면 대부분 건축설계사무실에 취직을 한다. 이쪽 분야는 유명한 사무실이 아니면 낮은 급여와 과도한 업무로 3D직업에 속한다. 우연히 대기업 건설사 견적부에 입사한 선배를 만났다. 

그날 이후 건설사 입사를 준비한다. 건축기사자격증이 필수란다. 1년간 학교도서관에 틀어박혀 자격증 공부를 한다. 졸업전 '건축기사자격증'을 취득한다. 그리고 기아계열 건설사인 <기산>에 당당히 공채로 입사한다. 30명 입사동기중에 유일한 홍일점으로 전임직원의 관심을 받으며 말이다.

아이가 돌무렵이다. 남편의 설득에 넘어가 없는 돈에 전세보증금과 빚을 얻어 가게를 시작했다. 옆집 가게와 법정다툼이 일어났다. 사활이 걸린 문제다. 비싼 변호사비를 지불하고 잘 해결되었다. 변호사 사무실을 쫓아 다니고 법원에 들락날락 거리면서 깨달았다. 법을 모르면 당한다. 법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변호사가 될 것도 아니고 법무사가 될 것도 아니다. 

그때 떠오르는 자격증이 있었다. 아줌마들의 고시라 불리는 '공인중개사자격증'이다. 법도 배우고 노후도 대비할 수 있다. 1석 2조다. 건축을 전공했기에 건축법 하나는 먹고 들어간다. 도전해볼만하다. 

1년을 나죽었네 하고 공부했다. 집근처 독서실을 끊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독서실에 간다. 저녁을 먹고나면 다시 독서실에 간다. 문닫을때 나온다. 주말에도 밥때가 되면 집에 와서 밥을 먹고 독서실로 간다. 고3 수험생이 따로 없다. 그렇게 공부해서 1,2차를 동시에 합격했다. 나는 공인중개사 18회다.

살면서 이런저런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 힘들때마다 책에서 위로를 받고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힘들때 책을 통해 답을 찾고 위로를 얻었듯이 '책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북테라피스트가 되고 싶었다. 

때마침 동네 도서관에서 무료로 독서치료전문가 양성과정을 통해 '독서심리상담사' 자격증 취득까지 할수 있단다. 놓치면 안 될 기회다. 2달 과정의 수업을 듣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심리학을 배우고 싶었는데 덕분에 심리공부까지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2007년 공인중개사자격증을 취득하고 2009년 인생책을 만났다. 그때부터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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