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미들

by 김범인

누군가 내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첫 번째로 뜨개를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두 번째, 세 번째로 무엇을 이야기할까 머릿속으로 줄을 세워본다. 나는 이른 아침과 늦은 밤에 독서하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있는 시간에는 글쓰기도 즐긴다. 가끔은 자전거를 타며 내 몸의 에너지가 격렬히 작동하는 것을 느끼고 종종 요리를 해서 맛있게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많은 시간 동안 뜨개를 한다. 다른 목적을 위해서가 아닌 즐기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의미에서 나에게는 이렇게 여러 가지 취미가 있다.


나의 여러 취미 중 뜨개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행위이다. 뜨개를 할 때의 나는 손끝에 정신을 집중하고 나를 괴롭히던 생각들을 하나 둘 제거해 나간다. 캄캄한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촛불 하나만을 바라보는 때와 비슷하다. 나에게만, 나의 행위에만 집중하는 시간이다. 그 시공간에는 다른 원소들은 끼어들 틈이 없다. 나에게 뜨개는 다른 취미들과 모든 면에서 확연히 다르다. 완벽한 몰입 뒤에 오는 성취감은 나를 주체적인 존재, 오로지 나 본연의 모습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몰두하여 결국 무언가를 이루어냈다는 느낌은 나의 깊은 어딘가, 한 점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자긍심을 갖게 한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뜨개는 나의 정체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다른 취미인 독서는 뜨개와는 반대로 나 자신이 아닌 다른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행위다. 책을 읽으며 내가 해보지 못한 일이나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을 일들과 같은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나는 소녀도 노인도 될 수 있고 남자가 될 수도 있다. 중세시대를 살아가는 여인이나 미래시대의 AI가 되기도 하고 공간이나 차원의 이동을 겪기도 한다. 나라는 존재는 하나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간접적인 체험들은 내게 중요하다. 책을 매개로 경험한 것들은 내가 속한 사회에 주의를 기울이고 세상 만물의 본질과 같은 것들에 관심을 갖게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 속의 나를 발견하고 나의 위치에서 해야 할 사고나 행동과 같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뜨개에만 열중하다가 나의 세계에만 고립될지도 모른다고 염려했던 나는 책을 통해 사고가 넓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글쓰기는 독서의 영역을 확장하다 보니 이르게 된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주의를 기울인 세상 속에서 내가 지닌 가치를 발견해 가는 일이다. 나는 글을 써가며 내가 하는 작은 행동에서도 의미를 발견해 나간다. 음식을 만들어 먹고 옷을 입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행위에도 나의 의지와 추구하는 가치들을 담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내가 숨 쉬고 밥을 먹는 것처럼 하는 뜨개를 글로 표현하면서 나는 뜨개를 하는 이유가 단순히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뜨개의 이로운 점을 설명하라고 하면 생활에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 낸다는 효용성이나 성취감 같은 것만을 들었다면 지금은 내 삶 속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는 뜨개의 가치들을 이야기할 수 있다. 뜨개 테크닉을 배우고 도구들의 쓰임새를 알아가며 나는 진지하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유지하는 법을 익혔다. 혼자만의 시간을 스스로 채워가며 나의 이성과 감성에 대해 깨우쳤고 뜨개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다정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했다. 뜨개로 인해 나는 공예가도 사업가도 철학가가 될 수도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늠해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사회 안에서 내가 지닌 가치를 사유해보고 그에 따른 사명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나에 대해 잘 알아가는 시간, 나에게 집중하는 행위,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모두 포함한 뜨개를 사랑한다.


여러 편의 글을 써가며 내 삶에 큰 자리를 차지한 뜨개가, 그리고 나의 취미들이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때 큰 역할을 해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뜨개라는 행위 하나로만 이루어 낸 깨달음은 아닐 것이다. 여러 취미들을 통해 나를 느끼고 알아가며 얻은 가르침이다. 뜨개를 사랑함으로써 더욱 소중해진 독서의 시간, 글쓰기로 비롯되는 사유 세계의 건설, 몸의 에너지를 감각하며 주체적 존재를 알아가는 실존의 느낌, 다른 사람과의 다정한 관계에 대한 귀중함들은 내 삶의 존재 이유에 대해 따뜻한 조언들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취미를 갖고 즐긴다는 것은 삶을 대하는 자세와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최선을 다해서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나의 정체성을 알고 스스로 단단히 다져가는 것과 같다.

다른 목적 없이 무언가를 즐길 수 있는 일을 갖고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취미가 있다는 것은 행복을 완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변함없이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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