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가 초래하는 각종 질환들

by 김범인

요즘 뜨개 친구들과 만나면 빠지지 않고 늘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실과 바늘, 도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우리의 몸에 관한 이야기이다. 요즘은 여기가 아프고 저기도 아프다, 나는 이런 영양제를 먹는다, 어떤 마사지가 관절에 좋다더라...... 이런 것들이다. 뜨개를 하는 연차가 많아질수록 우리 몸에는 이런저런 변화가 점점 더 생기기 때문에 할 말은 더 많아진다. 모든 작용에는 반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뜨개의 즐거움에 빠져 몰입하는 순간부터 조금씩 조금씩 쌓여온 몸의 피로는 어느 순간 폭죽처럼 터져버린다. 이것은 마치 직업병과 같다. 같은 자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 동일한 근육을 계속 쓰게 되어서, 말초신경의 긴장을 오랫동안 유지해서 여러 가지 질환들을 초래되는 것이다. 뜨개는 나에게 정서적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라 생각했지만 몸에는 그에 못지않은 상흔을 남긴다.


나에게는 눈에 먼저 이상한 신호가 왔다. 어느 날 길을 걷는데 30m 가가이에 있던 친한 친구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처음에는 벌써 노안이 오는 건가, 하고 슬퍼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에게 이런 현상을 가져온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때 나는 한참 뜨개에 열중하던 시기라서 짧은 거리에 있는 뜨개 작업물만 계속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먼 곳을 바라볼 여유가 없었어서 바라볼 대상이 조금만 멀어져도 초점을 맞추는 게 너무 피곤했다. 한 곳을 집중해서 바라보기 때문인지 안구건조증도 찾아왔는데 이것은 생활하는 데에 큰 불편함을 야기했다. 충혈된 눈은 뜨고 있기가 힘들었고 가끔은 눈의 통증도 느꼈다. 그러나 내겐 너무 큰 충격이었지만 사실 눈의 신호는 뜨개인들에게는 너무나 흔한 것이라 큰 이슈가 되지 못한다. 대부분의 뜨개인들은 이럴 때엔 조금씩 쉬어가며 뜨개를 이어간다.

눈의 질환과 함께 많이 찾아오는 것 중 하나는 손가락이나 손목의 건초염 또는 터널 증후군이다. 뜨개는 같은 작업의 반복이다. 손가락과 손목은 돌리고 접고 펴는 반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근육과 힘줄들은 그 무한 반복의 굴레에서 탈이 난다. 우리는 뜨개가 너무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근육과 힘줄들에게는 노동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때 뜨개인들은 단기간의 휴식을 취한다. 뜨개 작업을 할 때마다 찾아오는 찌릿찌릿 나를 찌르는 고통에 우리는 각성하게 된다. 오랜 시간 뜨개를 즐기려면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에 뜨개를 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른다.

정말 심각한 것은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있기 때문에 목과 허리에 오는 무리이다. 우리 몸의 기둥이 되는 척추와 목에 이상신호가 발생할 경우 우리는 공포감에 휩싸인다. 나를 일으켜 세우기 힘들다는 사실은 삶의 질과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뜨개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압도당하게 한다. 이것은 평생을 함께할 친구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그 두려움에 장기간의 뜨개 휴식기를 계획하기도 한다. 다시 돌아올 날을 기약하면서.

그리고 누군가에겐 사소하겠만 내게는 심각한 몸의 변화가 하나 있다. 바로 몸무게의 증가이다. 편한 의자에 앉아서 테이블 위에 음료와 간식과 함께 뜨개를 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살이 찌지 않을 수가 없다. 몸무게가 증가하지 않는다고 해도 근육량이 줄고 체지방은 늘어나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 이것은 나의 몸이 무기력해지거나 게을러지는 데 한몫하는데 가끔은 이로 인해 노화가 빨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정신이 맑다거나 손가락은 부지런하다고 아무리 핑계를 대보아도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외에도 경직된 근육이나 반복 작업으로 인한 여러 가지 질환들이 발생하는데 뜨개를 하는 사람이라면 몸에 대한 걱정과 함께 뜨개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근심에 빠지게 된다. 나의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활동이지만 그것이 몸을 해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지속 여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이때 답을 주는 것은 뜨개 친구들이었다. 오래 뜨개를 해 온 사람이라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행복한 뜨개 생활을 위한 첫째 조건이라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에 뜨개 친구들의 건강에도 마음을 쓴다. 그래서 최근에는 뜨개인들도 건강하게 즐기기 위해 운동을 한다. 단톡방에서 운동 소모임을 만들어서 하루 동안 한 운동을 인증한다. 좋은 영양제 섭취를 서로에게 권하고 시간 맞춰 먹을 수 있도록 알려주기도 한다.


뜨개가 아니더라도 세상의 모든 행위와 관계는 명과 암을 함께 지니고 있다. 그러나 무언가에 빠져들게 되면 내게 주는 즐거움이나 행복감에 취해 그 이면을 살피지 못할 때가 있다. 그것들은 늘 우리에게 미칠 영향력에 대한 양면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보려 하지 않는다. 몰입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 때문에 그로부터 발생하는 해로움을 뒤로 미뤄두거나 관심에서 제외하곤 하는 것이다. 나도 뜨개가 내게 주는 건강에 대한 적신호를 받고 있었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있었다. 내게 주는 즐거움을 빼앗길까 봐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기까지 했다. 그저 뜨개의 즐거움에만 빠져있다가 눈에 이상이 오고, 손목이 시큰거리자 그제야 진정으로 뜨개 하는 행복한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언제까지 이 취미를 즐길 수 있을까? 진짜 즐기는 것이 맞는 걸까? 혹시 나의 몸을 혹사시키는 악취미는 아닐까? 그러나 생각할수록 역시 나에게 뜨개는 떼어놓을 수 없는 취미이자 외부의 영향들로부터 감정을 단련시키는 이로운 행위였다. 그렇기 때문에 뜨개를 잘 즐기기 위해 나의 몸에도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나는 즐거운 무언가에 열중하고 정성을 쏟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심을 다하려면 그것에 대해 잘 알고 나 자신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 삶을 좌지우지할 무언가가 아니라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내가 실행하는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건강과 일상생활, 그리고 뜨개 활동의 균형을 잘 맞추어 가며 즐기고 있다. 내 삶에 서 뜨개를 뺄 수 없으니 뜨개와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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