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고민하고 여러 번 수정하고 지우고 다시 썼음을 고백한다. 나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서 순수하다고 확신할 수 없음을 글을 쓰며 뼈저리게 느꼈다. 뜨개인으로 살아온 지난 10여 년간을 되돌아보니 나 역시 와플 무늬 가방을 뜨며 샤네르 st라며 뽐내본 적도 있고, 후라다나 바바리 st 가방을 떠볼까 하며 시도해 본 적도 있고, 구짜 st 손지갑을 탐내기도 했고, 여러 가지 명품 브랜드의 모자를 흉내 내보려 한적도 있다. 나는 디자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트렌드에 발맞추어 뜨개 생활을 이어가는 뜨개인으로서, 브랜드의 모방품을 만들어 본 적도 있고 다른 디자인들을 참고하여 변형한 작품도 떠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의욕이 넘치던 초보 뜨개인의 시기가 지나면서 창작과 저작권에 대한 관념들이 내 안에 자리 잡게 되었고 여러 가지 내적 갈등을 하게 되었다.
지난 겨울 인스타에서 연예인 김나영이 쓴 바라클라바 모티브 모자를 보고 '이거 예쁘네 한번 떠볼까.'라고 생각했다. 지인에게 '이 모자 어때요? 저 한번 떠보려고요.'라고 말하니 '아, 이거 미우미우 모자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순간 내가 이 모자를 떠도 될까? 이건 그래니 스퀘어로 뜨는 기본적인 모자인데... 나는 헬멧과도 같은 모자의 턱끈은 변형하여 뜰 예정이었지만 '이걸 뜨면 명품 모방 모자가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빠르게 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래니 스퀘어의 매력에 빠진 나는 그 모자를 뜨고 싶었고, 이 기본적인 무늬를 이용한 모자를 뜨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나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있었다.
뜨개 세상에는 모방과 카피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곤 한다. 뜨개 자체가 창조를 하는 일인데 웬 카피?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뜨개 디자인에 고유성과 상업성, 이 두 가지 의미가 끼어드는 순간 뜨개의 영역에 지켜야 할 경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뜨개 디자이너는 트렌드와 본인의 창의성, 그리고 뜨개 노하우를 총동원해 디자인을 하게 된다. 그 모든 것을 적용한 자신의 순수 창작임을 내세우며 도안은 탄생하고, 배포와 판매를 하게 된다. 그러나 그 경계란 것이 모호한데 트렌드를 반영하다 보면 다른 디자인들과 겹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고, 다른 작품을 참고하다 보면 디테일들이 참고했던 디자인을 따라가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모방과 카피의 문제가 논란이 되곤 한다.
뜨개 세상에서 이런 문제를 거론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들이 있다. '영감', '모방', '변형', '카피'이다. 여느 예술분야의 논란들과도 비슷하다. 누군가의 창작품을 보고 그것과 유사하게 만드는 것이 타인의 눈에는 모방 또는 카피로 보일지라도, 그것을 만든 사람은 '영감을 얻었다.' 또는 '참고는 했지만 나의 스타일에 맞게 변형한 순수 창작물이다.'라며 첨예한 대립을 하게 되는 것이다. 콧수가 다르다거나, 엣징을 다르게 한다고 해서 거의 비슷한 디자인에 대해 다른 작품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카피라고 해야 할지, 정답이 없는 창작의 영역에서 어느 편을 들어줘야 할지 간혹 나도 헷갈릴 때가 있다.
유명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기성품 옷이나 가방을 보고 그것과 동일한 테크닉을 이용해서 원작과 유사하게 만드는 것도 논란이 되곤 한다. 보세에서 구입하는 옷이나 소품들을 참고한 작품을 비난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명품 브랜드나 고가의 브랜드, 즉 브랜드 네임의 힘을 갖은 작품들을 유사하게 뜨는 디자인들은 그 힘을 등에 업은 복제품이라 여겨지는 것이다. 나는 어느 뜨개 강사가 백화점의 고가 브랜드 매장을 돌며 카피할 수 있는 작품을 구입하고, 그것을 해체한 후 도안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그 경우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실과 도안을 묶어서 패키지 형태로 판매를 하고 원작 공산품 니트 가격의 2분의 1, 또는 3분의 1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한다. 구입하는 사람은 브랜드 니트의 판매 가격을 알고 있으므로 패키지 금액이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고 싸게 구입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판매하는 형태는 원작이 공산품이기 때문에 카피가 아닌가? 손뜨개를 위해 만들어진 옷이 아니기 때문에 도안을 만드는 것은 자신의 노력과 배려라는 그 뜨개 강사의 주장에 반박하기도 애매해짐을 느낀다.
이런 문제도 있다. 타인의 도안을 사서 보고 떠 본 후에, 그 디자인에 자신의 팁을 넣고 뜨는 방식을 변형하여 도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이것을 재창작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전에 이렇게 판매하는 디자이너의 변명을 보기도 했는데 '디자인은 동일하게 했으나 자신만의 뜨개 노하우를 녹여내어 더 뜨기 쉽게 도안을 만들어냈으니 이것은 내 창작이다.'라는 견해였다. 뭔가 말 같지도 않은 주장이었지만 이 역시 뜨개 세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었다.
또한 누구나 뜰 수 있는 무늬를 본인이 제일 먼저 떠서 판매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뜬 것은 카피라고 하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니 스퀘어를 이용한 스웨터, 모자, 머플러의 원작자라고 주장하는 것, 별무늬나 꽃무늬의 원작자라고 발끈하는 것이 그에 해당된다. 뜨개를 하면서 쉽게 접하는 무늬이기도 하고 초보 때부터 이 무늬를 활용한 갖가지 소품이나 의류를 제작해 본 뜨개인이라면 그저 그 무늬를 떴다는 이유로 비난받는 것에 대해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답을 정할 수 없기에 어려운 논쟁이 되곤 한다.
조금은 다른 문제일 수도 있으나 영문도안을 해석해 판매하는 것은 창작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생산활동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디자인을 직접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어려워서 도전하지 못하는 뜨개 도안을 해석해서 판매하는 것이니 저작권 침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은 '뜨개' 영역에서 특수 번역을 한 것이니 판매 못할 이유가 없지 않냐는데 이것도 참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내 것이냐, 네 것이냐.', '카피냐, 창작이냐.' 이 어려운 문제는 뜨개 세상에서 건전한 토론의 장이 벌어지면 좋겠으나 종내에는 결국 다툼이 벌어지고 종종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디자인에 대한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잘잘못을 따지다 보면 험한 말이 오가기도 하고 뜨개인들끼리 편 가르기가 일어나기도 하고 간혹 법적 분쟁까지 가기도 하는 것이다.
나도 창작품을 만들어보려 여러 번 시도했었다. 내 머릿속에 구상한 디자인들을 실물로 만들어내다 보면 어딘지 부족한 부분이 보이고 디자인 역시 어설픈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미완성으로 내던진 작품도 있고 만들긴 했으나 내 마음에 쏙 들지 않아서 옷장 속에 잠자고 있는 작품도 있다. 십여 년간의 뜨개 경력에도 여전히 나는 부족한 점이 많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디자이너의 창작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또한 도안의 재배포나 판매를 위한 변형 작업을 하는 것에 반감을 갖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상황을 경계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 역시 사람인지라 일명 '째려보고 뜨기'까지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분명 내가 충분히 뜰 수 있고 너무 기본적인 테크닉을 사용한 작품이라면 굳이 도안을 구입해서 작업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적인 메리야스 뜨기의 풀오버는 도안 없이도 내 몸에 맞춰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도안을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배색이나 무늬를 활용했다고 해도 스트라이프라던가 변형 고무 뜨기와 같은 기본적인 것이라면 나 혼자서도 충분히 뜰 수 있을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모티브를 이용한 바라클라바 모자는 그것을 뜨는 것은 왠지 찔리는 마음을 갖게 되는데, 그렇지만 도안이 아닌 완성품을 판매하는 것이고 나는 판매를 위한 것이 아닌 내가 쓰기 위해 뜨는 것이기 때문에 뜨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그런 내가 스스로 결론 낸 것은 작가의 고유한 디자인이라든지, 그 작품만의 특성을 갖춘 디자인이라면 그것을 카피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을 수익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능력이 닿는 작업이라 째려보기로 뜨고 그것을 개인적으로만 즐긴다면 그것을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처음 뜨개를 시작한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친한 사람들끼리의 도안 공유는 거리낄 것이 없었고, 도안을 일부 수정한 뒤 재판매를 하는 행위를 비난하는 사람도 극히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 어렵지만 나와 같은 평범한 뜨개인까지도 모두가 저작권과 모방, 카피의 경계를 논하게 된 지금은 뜨개의 선진화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지나는 중일지도 모른다. 뜨개 영역에서의 창작자의 권리와 저작권에 대한 보호를 당연하게 여기고 지키려 하고 있다. 우리가 그것을 지키는 한, 안전한 창작 영역을 확보한 디자이너들의 훌륭한 작품이 나올 것이고 우리는 더 아름다운 작품들을 풍성하게 보고 뜨고 즐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