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憧憬)

[민원 이야기] 발급번호-052

by stamping ink

나에겐 존경하는 이가 있다.

삶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해석하는 마음이 넓다.

고학력이나 전문이도 아니지만 나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이해해준다.

그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리기만 한 나의 철부지 생각에 붉게 볼이 달아오르기도, 기쁜 일이 몇 배는 더 기뻐지기도 한다.


별일 아닌 사건에 불만이 생기던 날을 겪었다.

불만 가득 쌓여 사무실에 찾아온 이의 민원을 만든 이는 어딘가로 숨어버렸다.

그를 대신하여 온갖 사과로 끝나는가 했는데 불만을 제기한 사람이 문제의 원인이 나의 장애 때문이라 했다.

뭉개지는 나를 내가 지키지 못한 분함이 쌓여갔다.

억울한 마음만 곪아가고 있었다.

사무실 직원들도 변화되게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며칠을 낮으로 보냈다.

깊은 밤이라 불리는 시간에도 집안의 불을 켜고 눈물을 떨구었다.

주말이 되자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이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린아이처럼 꺼이꺼이 울며 그녀에게 그녀의 잘못도 있다고 억지를 부렸다.

"다 엄마 탓이야. 왜 장애 물려 준거야."


엄마의 마음에 제일 아픈 스위치를 눌렀다.

엄마는 울먹이는 나의 목소리를 조용히 들으며 모든 것을 품었다.


며칠이 지나니 정신이 맑아졌고 엄마의 집으로 향했다.

평소처럼 빈손으로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탐스럽게 익은 수박 한 통을 무겁게 사들고 벨을 눌렀다.

나보다 잠을 더 못 잤나 보다.

쾡한 눈과는 어울리지 않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엄마가 문을 열었다.

"엄마, 수박... 오다가 사 왔어."

"무거운데 사 오느라 고생했겠다. 맛있겠네. 엄마 차 마실 참인데 같이 마실래?"

작설차 한잔을 내어주며 더위에도 속은 따스해야 한다며 귀를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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