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내에 일촉즉발의 팽팽한 공기가 흐른다.
빨리 서류를 출력해서 한쪽을 떠나보내야 한다.
힘내라 프린터야.
세대가 다른 두 팀의 민원인들이 대기 중이었다.
50대 후반쯤 여성 두 분과 30대 초반의 여성들이 사무실에서 서류를 요청하고 대기석에 앉아있었다.
30대 초반의 아기 엄마가 무심코 던진 지난 명절 이야기가 전쟁의 서막이었다.
"명절만 지나면 살이 다 빠져. 스트레스. 이렇게 아르바이트 구하러 다녀서 생활비 보태는 건 아시나 몰라."
"맞아 맞아, 그래서 시댁 갈 때는 제일 허름한 옷을 입고 가야 한대.'
"우리 불쌍하지 않니? 시댁은 자꾸 요구하니 허름한 옷 입고 가고 친정은 딸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실까 봐 평소 입지도 않는 제일 좋은 옷 입고 가야 하고 말이야."
젊은 엄마들의 이야기에 민원신청을 요청하러 신청서를 작성하던 어르신이 아기 엄마들에게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대화를 시작했다.
"우리 며느리가 명절에 왔는데 어찌나 게으른지 애는 지 남편한테 다 시키고 자란다고 방에 들어가서 잠만 자다가 나오는 거 있지?"
"좀 일 좀 하라고 불러보지 그랬어."
"일? 명절에 개봉하는 영화가 있다고 그거 보러 간다고 애 봐달란 소리나 하던걸?"
"아휴. 그래서 며느리 앞에서 밥을 오물오물 씹어서 손주 입에 쏙 넣어주라고 하잖아. 그럼 지저분하다고 다신 지 새끼 안 맡긴다더만."
저 네 명의 여인들은 아슬아슬한 고부관계의 대표선수로 출전한 것도 아닌데 옆에서 보는 직원들은 팽팽한 긴장을 박진감 넘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대화는 폭풍전야처럼 고요했고 누구 하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육탄전을 벌이지 않길 바라며 출력이 되는 서류를 급히 배부하기 시작했다.
서류를 받고 떠나는 그들의 눈에는 '못된 노인네'와 '싹수 없는 젊은 것들'이 가득 찬 채로 떠나갔다.
그들이 떠나가자마자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무실 내 조용히 남자 직원들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래서 남자들이 중간에서 제일 불쌍한 거예요. 누구 편도 못 들고 얼마나 곤란하겠어요?"
남직원 말에 결혼 5년 차쯤 된 여직원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중간에서 잘하면 저리 감정이 깊어지겠어요? 결혼하고 가장이면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데 기준을 세우지 않고 마마보이처럼 끌려다니니 문제지."
몇 년 전 아들을 장가보내 며느리가 있는 나이 든 여직원도 한술 거들었다.
"맞아. 중간에서 남자가 잘 조율해야 하는데 결혼했답시고 자기 식구만 챙기니 어른들이 저리 서운해하시는 거겠지."
평화지역도 있겠지만 명절 후 서운함의 다이너마이트가 있는 전쟁터는 주변에 현저히 널려있다.
민원인들이 떠나고 직원들과의 2차 대립 전쟁이 다시 시작되려고 한다.
승리도 없고 상처만 남기는 세대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