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이야기] 발급번호-021
아무리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힘든 점은 없을지 궁금했다.
생년월일 칸에 0, 6, 8, 9는 모두 동그라미로만 보인다.
신분 확인을 위해 받아 둔 신분증의 답안을 보고 나면 무릎이 탁 쳐진다.
뚜렷한 규칙이 그 사이에서 보인다.
민원인이 무안하지 않도록 작은 글씨로 내가 알아볼 수 있게 적어두고 마무리하곤 한다.
퇴근 무렵, 잠시 업무협조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니 옆자리 직원이 내게 도움의 표정을 지었다.
"오전에 오신 분이 신청했던 서류를 한 장 더 발급을 요청하셨는데 검색이 되지 않아요."
오전에 작성하고 떠난 신청서를 들고 어쩔 줄 몰라했다.
"아. 그분 글씨체가 알아보기 힘들어서 제가 다시 수기로 적어두었어요."
"아. 그렇지 않아도 응대 씨가 수기 작성한 것 보고 검색했는데 나오지 않네요."
직원의 자리로 가서 모니터에 같이 얼굴을 묻었다.
"신청인 현 00, "
"에에? 성이 현이였어요? 권인 줄 알았어요."
"하하하. 제가 신분증 자료를 급히 적느라 글씨가 엉망이었나 보네요. 생년월일 0609."
"에에? 생년월일이 0609예요? 0806인 줄 알았어요."
옆자리 직원의 말이 끝나자 다른 직원이 말을 했다.
"0609? 난 0908인 줄 알았는데 나도 틀렸네."
"난 0696으로 보여서 생년월일인데 조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직원들은 서류를 돌려가며 암호풀이로 한바탕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비밀병기 글씨체는 보안으로는 최고의 능력이라 말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행위예술체인 나의 필체는 해독이 되지 않는 고비가 찾아오지만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