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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친구
[쉼 수필]
by
stamping ink
Jun 29. 2021
아침 뉴스에 올해 늦장마가 시작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저녁 퇴근길에 뿌리는 빗줄기에 버스에서
내려 준비 없이 나온 자신을 책망했다.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 먼 거리는 아니라서 머리에 손을 얹고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도 못하고 굵어지는 빗
방울에 뒤돌아 버스정류장 지붕 아래 돌아가려 고개를 돌리니 그사이 우산 없는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그 사이에 낄 틈이 없어 보였다..
큰 숨을 들이쉬고 다시 뛸 준비를 했다.
손우산을 만들려 머리 위에 한 손을 올렸다.
뭐가 중요한 것이 있었더라..
지갑, 휴대폰, 작업 중이던 서류... 셔츠 안에 빗물이 조금이라도 덜 맞을 수 있게 품어 앉았다.
우르르 쾅쾅.
나의 걸음에 맞추어 하늘이 요동쳤다.
몇 방울씩 떨어지던 빗물이 속도를 내어 온몸을 따갑게 두드렸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제일 가까이 서 있는 커다란 가로수 아래 몸을 숨겼다.
플라타너스 잎이 넓게 펼쳐있는 나뭇잎 사이사이로 떨어지긴 했지만 몸을 숨기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쏴아..
더 걷지도 못하고 홀딱 젖은 것에 부
아가 치밀어 올라올 즈음 허리쯤 닿는 아이와 엄마가 우산을 쓰고 나무 밑으로 들어왔다.
엄마의 만류에 아이는 물웅덩이의 빗물을 두발로 힘께 굴러 튀겼다.
바닥에 내려앉아 고여있던 빗물 웅덩이의 빗물이 다시 위로 솟구쳐 올랐다.
아이 손을 잡은 엄마의 신발과 옷이 흙탕물이 되어갔다.
엄마의 만류에 아이가 소리쳤다.
"구름 안에 빗물 친구들이 모여있다고 오늘 선생님이 그러셨어. 그런데 벌써 내려와 버린 빗물들이 친구 만나고 싶을까 봐 그런 거야."
지나가는 장대비는 거짓말처럼 그쳤다.
바닥에 남겨진 비 자국 없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하늘이 되었다.
얼마남은 집으로 걷는 길에 수놓아있는 웅덩이를 살짝 밟아봤다.
물방울이 통통 튀어 올랐다.
바쁘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라는 여러 이유로 잊고 지낸 친구들의 이름이 퐁퐁 뛰어올랐다.
어려울 때 장맛비만큼 같이 울어주고 억울한 일이 생기면 천둥번개처럼 같이 우르르 소리 내주던 나의 친구들.
맑은 하늘처럼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친구들의 이름을 휴대폰 손가락 튕기며 찾아낸다.
"짜슥아~ 잘 지내지?"
어제 만난 친구처럼 수화기 너머 친구와 마주해보았다. 구름 위에 두고 온 나의 소중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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