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의 위로

[제과제빵 자격증] 5. 사과파이, 호두파이

by stamping ink

실습이 중간과정까지 진행되니 초심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무기력해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한동안 계속되고 있던 터였다.

나가기 싫던 마음을 간신히 짐을 챙겨 학원을 향했다.

자격증을 따서 당장에 필요한 것도 아닌데 내가 무리하는 것 같고 시험의 압박에 도망을 가고 싶었다.

간단히 포기해버리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어두운 표정으로 실습에 도착하여 실습실 칠판을 무의식적으로 바라보았다.

오늘 연습하는 실습 과제가 적혀있었는데 파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설렜다.

어려서 읽었던 외국 소설이 기억이 났다.

주인공이 주방에서 구워내는 사과파이를 묘사했던 부분이 영상처럼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파이의 실제 모양을 접해본 것은 성인이 되어서였고 느껴보지 못했던 식감에 한동안 찾게 되었다.

그 파이를 내 손으로 만들다니.

소설 주인공처럼 내 손으로 만들어질 수 잇다니.


밀가루 반죽을 해 두고 예쁜 모양으로 올려 파이를 굽기 시작했다.

사과와 호두를 파이 위에 올려둘 수 있게 준비해두고 파이용 팬에 반죽을 펼쳐 올렸다.

포크를 이용해 폭폭 찔러 구멍을 내며 소설 속 주인공이 만들던 장면과 일치함에 묘한 감정이 다가왔다.

'소설 속 주인공이 누구더라?'

반죽으로 몇 가닥 넓은 면을 만들어 파이 속 사과를 숨겨두듯 모양내어 덮었다.

조금씩 모양이 다른 파이들이 실습용 대형 오븐에 들어갔다.

달고 단 파이가 내는 향에 매료되어 오븐 속을 불멍 하듯 바라보았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파이 향이 실습실에 번져나가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완성된 파이를 강사는 하나하나 보안해야 할 사항을 알려주며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라 했다.

파이는 간식이 필요한 단체에서 환영받지 않는다고 했다.

각자 작은 봉투에 파이를 담았다.


"빨강머리 앤에서 오후 티타임에 쓰던 파이처럼 생겼어요."

옆 자리에서 파이를 담으며 말을 했다.

나도 모르게 손뼉을 크게 쳤다.

"아. 앤이었어요. 저도 그 생각했는 소설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렇게 소환된 앤을 좋아하는 비슷한 또래의 한마디에 마음을 위로하며 뛰어놀던 앤이 되살아났다.


집으로 돌아와 책을 들쳤였다. 앤의 대사가 떠올랐다.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는 날들이 아니라 진주알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며 앤의 파이를 커피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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