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제빵 자격증] 8. 머핀
과거의 끼니 사이에 배고픔을 달래줄 간식은 향토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감자, 옥수수, 고구마 등을 삶아내거나 제철과일이 대부분이었다.
어른들은 좋아할 만한 부식거리였지만 아이들에겐 환영받지만은 않았다.
호떡 장수나 달고나 장수가 시장에 들어오는 날이면 혼날 각오를 하고 엄마의 치맛자락을 당기곤 했다.
빠듯한 살림에 장날 구경에 괜히 데려왔다는 구박을 하면서도 기죽은 아이를 보며 결국 동전을 꺼내어 호떡 하나를 쥐어주곤 했다.
빳빳한 종이를 반 접어 호떡을 건네받으면 뜨거운 줄 모르고 베어 물었다가 화들짝 놀라곤 했다.
설탕물이 녹아내린 손가락 사이의 기름 한 방울까지도 쪽쪽 거리며 맛있게 먹었다.
검정 비닐에 먹지 못한 가족의 개수만큼을 담아 신나는 발걸음으로 엄마 뒤를 쫓았다.
엄마의 짐을 들어 드리다는 핑계를 대고 따라나서는 장날의 기쁨이었다.
장날 서는 호떡장수가 이번 장에는 오지 않았다.
호떡을 사달라고 졸라대던 귀찮음에서 해방되어 좋다 하던 엄마도 풀 죽은 아이의 모습에 장을 보는 척 시장을 몇 바퀴 더 돌았다.
야채가게를 지나 만두가게를 건너 제일 구석에 자리한 작은 제과점 유리창 앞에 아이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소복이 쌓인 곰보빵, 단팥빵, 크림빵이 즐비해있었다.
엄마는 인심 쓰듯이 하나만 고르라 했다.
아이는 주저 끝에 머핀 봉지를 들었다.
네 개가 한 봉지에 담겨 있지만 단팥빵 하나의 가격이었다.
"단팥빵 좋아하잖아. 그거 골라."
"이거 많이 들었잖아. 집에 가져가면 식은 호떡보다 이게 더 맛있을 거 같아."
혼자 먹고 따라나선 것이 미안했던지 아이는 가족의 몫을 챙기려 머핀을 들었다.
그날 계란 노른 내 나는 머핀을 감싼 종이까지 껌처럼 씹어 단맛을 끝까지 먹고 나서야 뺏어냈다.
엄마는 그 후 토속적인 간식과 함께 머핀을 만들어주었다.
찜 솥에 간단히 올려 별다른 재료 없이도 만들어낼 수 있는 간식이라 손재주 있던 엄마에게는 쉬운 요리였다.
오븐에 굽지 않고 찜 솥에 쪄낸 머핀은 오븐 안에서 바삭해진 겉껍질 맛은 없었지만 촉촉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그래서 난 머핀은 쪄서 만드는 줄 알았어요."
오븐에서 머핀이 나올 시간까지 지루했던 참에 꺼내놓은 중년 수강생의 이야기에 모두 흠뻑 빠져있었다.
그녀의 이야기가 마치고 기다렸다는 듯이 오븐의 알림음이 울렸다.
몇 번 오븐에서 오븐 팬을 꺼내다가 간접 화상을 입은 실습생들은 옷자락을 내려 팔을 감추었다.
갓 나온 머핀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열기와 향에 모두 킁킁거렸다.
옆자리 수강생이 머핀을 하나 들어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먼저 하나 주었다.
"맛보세요. 엄마가 만들어 주신 머핀이 떠오를 거예요."
"엄마의 머핀은 이제 맛보지 못하지만 모락모락 연기 오르는 모습은 똑같네요. 고마워요."
아직 뜨거운 머핀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입 베어 물고는 그녀가 미소 지었다.
구워내든 쪄내든 엄마의 마음은 똑같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