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당근

1. 나의 소중한 것, 너의 필요한 것.

by stamping ink

우리는 바야흐로 2025년, 새로운 물건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시대에는 얼마 지난 것 같지 않은 고가의 물건도 중고가 되어버리는 초스피드 유행 제품들도 많다.

고가로 주고 산 것을 또 다른 호기심이나 필요에 의해 다른 제품으로 바뀌어져야 할 때 기존 물품의 지불한 대가의 아쉬움이 밀려온다. 그렇게 물건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아껴서 잘 사용했던 제품입니다.', '미개봉제품입니다.', '새 제품을 교체하기 위해 기존제품을 정리합니다.'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동네중고거래 어플을 고민 끝에 설치했다.


나는 거래라는 단어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다. 동네주민들이 축으로 이루어지는 어플이 나오기 전, 전국구로 구매가능한 사이트에서 씁쓸한 뒤통수를 맞아봤기 때문이다.

하필 컴퓨터 부속품인 그래픽 카드에 문제가 있었고, 2021년 당시에 그래픽 카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가격이 오르고 있던 시점에 마음을 홀리는 가격으로 주저 없이 구매를 진행하게 되었다.

판매자는 정직과 순수한 답변으로 나에게 신뢰감을 주었다. 그는 발송 전 송금내역을 확인하면 바로 발송진행을 하겠다면서 우체국에서 송장까지 붙인 사진을 메신저로 전송해 주었다. 나 역시 그와의 신뢰 있는 대화가 있었기에 송금을 했고... 그는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기를 당하는 바보라고 비웃던 사람들은 자신이 당하고 뒤통수의 애린 기억이 더 깊을 것이다.

그 후로는 중고거래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누가 어쩌다 버린 물건일지 모른다는 핑계로 저렴하고 합리적인 구매의 방법을 하지 않겠다는 정당화를 심었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과의 대면 중고거래가 늘어나며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게 사용될 물건들이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로 보내지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렇게 맞이한 봄이라는 계절.

누구나 장롱이나 청소를 한다고 청소용품을 꺼내들 용기를 내게 해 주는 햇살이 나를 유혹했다.

오래 방치해 둔,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할 물건이 아파트 작은 창고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처음 중고거래 어플을 사용하다 보니 이 수많은 물건의 가격책정부터 무료 나눔까지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할 지조차 엄두가 나지 않았다.

미숙하게 글을 하나 올리다가 사진과 내용을 짤막하게 올렸다.

제목은 심플 간결하게 '[나눔] 봄맞이 대청소 중'

나눔이라는 단어에 수많은 호소의 댓글들이 달려왔다.

순간 금전적으로 환산하여 판매로 돌려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정리의 마음으로 내어놓은 것이라 과감하게 처분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의 소중한 것들이... 다른 사람의 필요한 것으로 바뀌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