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06
무리했다. 목에서 쉰소리와 잔기침이 멈추지 않는다. 청춘인 줄 내 나이를 잊었다. 첫눈에 신난 강아지처럼 주말을 즐겼다. 핑계를 대자면 눈은 너무 반짝였고 겨울바람은 시원했다.
출근과 동시에 콧물은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하고 꾀꼬리라 자부하는 나의 목소리는 마초 같은 남성미 넘치는 중저음으로 쇳소리가 나왔다.
이럴 때 큰 힘 되는 사회복무요원이 있다는 것이 어찌나 감사한지, 2년마다 전역을 하고 새로운 청년이 옆자리를 채워주지만 한 녀석도 모난 녀석이 없었다. 조심히 나의 인복이라 자랑했다.
아침 쇳소리 가득한 목소리를 듣고 사회복무요원이 반가이 인사를 건넸다.
"목소리 멋지신데요?"
"그렇지? 말할 때마다 들숨과 날숨의 공기 반, 비음 반의 매력적인 목소리라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직원들은 나의 상태를 눈치채고 밀려오는 전화를 당겨 받아주거나 따스한 물이나 어디선가 받은 레몬차를 내게 내밀었다. 물배가 뽈록하게 차올랐다.
"따르릉"
전화가 울렸다. 모두 점심을 먹으러 떠나고 오늘따라 목이 따끔거려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걸렀다.
사무실을 홀로 지키고 있던 차였다.
"서류를 떼러 가려고 하는데요."
앳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본인이시면 신분확인 가능한 신분증 가지고 저희 근무시간 전에 방문하시면 처리 도와드리겠습니다."
침 삼키기도 힘들었지만 몇 가지 질문에 쇳소리 갈리는 목소리지만 친절하게 통화를 종료하였다.
다시 업무에 집중되었고 3시가 넘은 무렵 사무실 문을 열렸다.
스무 살 갓 넘긴 앳되고 볼 빨간 한창 예쁠 나이라 불릴 여자아이였다.
캔커피 하나를 손에 들고는 사무실을 한 바퀴 스캔하더니 주저 없이 사회복무요원 앞에 다가섰다.
조심히 사회복무요원 책상 앞으로 내미는 벙어리장갑 낀 손에 모두의 시선이 멈추었다.
고백의 현장에 우리가 눈이 동그래졌다.
여자분은 사회복무요원 앞에 캔커피를 올려놓고 이야기를 했다.
"아까 서류 요청 때문에 전화드렸는데 목소리가 안 좋아서 따스한 것 드시고 힘내시라고 사 왔어요. 목소리는 힘들어 보이는데 너무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해서 집에 있는 거 가지고 왔어요. 지금 서류 발급 가능하죠?"
사회복무요원과 나는 잠시 시선이 오갔다.
나의 감정은 내 유리구두를 신고 있는 새언니를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해명하자니 민망해할 어린 민원인을 위해 모두 모르는 척 입을 닫았다. 사회복무요원은 대신 서류를 받아 내게 주었고 내가 서류 발급 작업을 하는 동안 용기 낸 여자아이의 질문이 몇 가지 오갔다.
나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서류를 발급 작업을 마치고 미소만 보냈다.
사회복무요원은 캔커피는 마음으로 받는다는 말로 돌려보내고 여자아이는 조심히 쪽지를 그에게 넘겼다.
아마도 연락처가 기재된 종이인 듯싶었다.
민원인이 완전히 나간 것을 확인하고서야 모두 녀석을 바라보았다.
"어맛. 이건 명백히 '성과 가로채기'라고. 나쁜 것을 어디서 배운 거야~"
나의 말에 옆의 직원이 사회복무요원 편을 들었다.
"에이. 그래도 들어와서 목소리만 멋지고 외모가 맘에 안 들었으면 저리 고백했겠어요? 다 우리 사회복무요원이 멋져서 그런 거지."
친분이 두터워지던 시점인지라 사회복무요원은 자신을 마음껏 놀리다가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된다고 우리의 농담을 가뿐히 넘겼다.
후편이 기대되었지만,
아쉽게도 앳되고 귀엽던 민원인과 오해로 시작된 사회복무요원과의 사랑이야기는 시작도 못하고 아쉽게도 여기가 끝이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