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제과제빵 자격증] 10. 시험, 시험

by stamping ink

준비가 다 되었다.

결전의 날이 왔다.

모두 예민해져 신경이 날카로워 보였다.

실습실의 동지는 시험장의 적이 되었다.

완성품이란 절대평가가 될 수 없다.

옆에 같이 놓인 완성품과 비교하여 채점될 수밖에 없다.

시험장을 들어서면서 응원을 하던 파이팅 소리는 그들을 위한 기합일까? 나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기합일까?


그렇게 시험이 시작되었다.

손 빠르기에 당락이 갈리는 시험은 아니다.

끝없을 시험시간인 것만 같지만 머릿속을 환기시킬 수 있는 발효시간이나 오븐에서 구워지는 시간을 이용하여 다음 작업을 되뇌다 보면 어느 사이 오븐에서 완성품이 나와 제출하며 종료되었다.


고소한 빵내음도 잊은 채 시험장을 뛰쳐나와 숨을 고르 쉬었다.

다른 조에 편성되어 시험 시작 시간이 남아있는 동기들에게 시험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아직 치르지 못한 시험에 세상 걱정 모두 진 표정의 시험 대기자들은 결과가 어떻든 시험을 마치고 나온 우리를 부러워하였다.

홀가분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지만 몇 번을 다시 본다 해도 같은 감정일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지친 몸을 끌고 버스를 타려 지갑을 들쳤다.

가방 구석에 작은 쪽지가 이제야 보인다.

시험장을 나서느라 분주한 틈에 매달리던 아이가 나도 모르는 사이 가방 안에 쪽지를 넣었나 보다.

아침에 응원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딸아이가 전해준 쪽지였는데...

휴일이라 빈자리 많은 버스 안에서 볕이 제일 따스하게 들어오는 자리를 선택했다.


'엄마 힘내세요. 엄마는 일빵빵점이야.'

일빵빵점...

100이란 숫자를 쓰지 못하는 아이의 표현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전쟁터에 나서는 졸병이라 떨리는 마음에 신경도 못쓴 딸아이가 떠올랐다.

노파심에 시험장에 가져가야 할 신분증이나 수험 표등을 여러 번 보면서도 옆을 졸졸 쫓아다니며 응원하던 딸아이를 생각지도 못했다.

얌전히 있으라 밀어냈던 야속한 나의 손길이 떠올랐다.

초조하고 조급한 마음에 옆에서 지켜주는 마음을 보지 못했다.


시험의 결과가 어쨌든 집에 돌아가는 데로 실기 책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어야겠다.

조급한 상황이 오니 나만 생각하는 부족한 엄마일 때도 있지만, 일빵빵 엄마가 되려 노력하는 마음을 아이가 알아주길 바랬다.

큰일 날 듯 바쁜 마음이 오더라도 큰 숨 한 번들이 켜고 바라보는 세상은 별것 아닌 것일 때도 있다.

일빵빵의 부족한 부분은 쉼표 하나로 여유로운 마음을 채워가면 조금의 후회는 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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