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10
업무가 밀려든다. 조금 여유가 생길 때도 있지만 성수기도 존재한다. 특히 겨울에 접어들 때는 극성수기이다. 맡은 다른 업무도 처리해야 할 일을 마무리 지어 처리해야 하고 정비를 완료해야 할 업무가 치워도 치워도 제자리걸음이다.
이럴 때 사무실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로 나뉜다.
첫 번째, 죽어라 열심하면 끝이 있을 거야
두 번째, 언젠간 마무리되어 있겠지
두 파는 노선은 다르지만 결국 다 해낸다. 아마도 말로는 힘들다 칭얼거리면서도 완벽하게 해내는 프로들의 모임이다.
겨울이 되면 민원도 극성수기를 달려간다.
연간 민원발급 기간을 따지자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즌부터 검정고시 관련 서류, 대입 관련 서류, 입사를 위해 교육부 산하의 직업을 가진 이들의 민원 요청서류, 학교에서 교육을 하고 간 강사들의 활동 증명서류 등등..
그중에 제일 페이지가 많은 것은 생활기록부이다.
고등학교 시절 적극적으로 참여로 장수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곤 한다. 최소 8장 정도부터 최대 30장 가까이 작성되어 출력을 해 교부해야 할 때는 중간중간 간인을 찍는 일이 여간 곤욕이 아니다.
연결 서류 번호가 적혀있지만 서류의 이중 증빙을 위해 난 간인을 선택했다. 어쩌면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라는 것을 생활기록부 발급 때 절실히 느꼈다.
서류가 다음장으로 이어짐을 표시해야 해서 줄을 맞추어서 간인을 찍어 교부 처리를 진행하지만 생기부가 밀려오는 시점엔 팔이 후들거리고 종이가 홀로 나빌레라 날아다닌다.
극성수기에 사무실을 문을 두드리면 일동 자신의 업무 요청인지 놀라 미어캣이 된다.
빼꼼히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인사를 하며 바로 업무 담당자에게 눈빛으로 토스를 한다.
낯선 젊은이 두 명, 모두 '나만 아니면 돼.'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당첨자인 나에게 자신의 업무가 아닌 것에 안도의 눈빛을 보내온다. 금세 자신의 업무에 몰입을 한다.
내 자리까지 도착하기 전에 사회복무요원에게 복화술로 말을 건넸다.
"생기부 떼러 온 걸 거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생기부 떼러 왔어요."
이젠 돗자리 깔아야겠다.
신분증을 제시하곤 신청서를 능숙하게 작성한 남녀는 대기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며 낮게 웃었다.
프린터가 쉴 새 없이 출력물을 토해내고 나오는 데로 간인 찍기 신공을 보였다. 복합기 기계의 속도와 맞춘 나의 실력에 직원이 조용히 엄지 척을 보내왔다.
"여기 요청하신 두 분 생활기록부입니다."
개인정보가 노출될까 서로에게 보이지 않게 덮어 각자에게 교부하였다.
"자. 바꿔보자."
으응? 뭐라는 거지? 내 자리로 돌아와 발급 후 떠나지 않고 서로 각자의 생활기록부 기재사항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낄낄거린다. 커플 남녀는 서로의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 기재사항이 궁금하여 발급받으러 왔던 모양이다. 제출서류도 아니고 용도에 서류 검증용이라고 적더니 검증이 저것인가.
뒤통수 제대로 맞은 건 그 후였다. 서로 바꿔 읽어대더니 그들은 익숙하게 사무실 한 편의 파쇄기를 작동시켜 자신들의 생기부를 파쇄하곤 아무렇지 않게 사무실을 떠났다.
사무실의 남은 이들의 반응은... 상상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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