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님

발급번호-033

by stamping ink

날씨가 좋아서 사무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오랜만에 화창한 햇살에 쌓인 일보다 잠시 시원해지는 가을바람을 느껴보려고 모든 창문을 열었다.

"너무 상쾌해요."

"새벽에 비 한번 내리더니 공기가 다르네요. 가을느낌이 물씬 풍겨요."

모두 입을 모아 가을의 기분을 나누기 시작되었다.


1층 사무실 창문으로 보이는 중앙현관엔 마로니에 잎이 바람에 실려 몰려와 있었다.

바스락거리는 잎이 가을이 들려주는 음악 같아 사무실을 벗어나 중앙현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낙엽을 밟았다.


짹짹짹~

작은 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유리창문에 길을 잃은 것인지 잘 아는 길인지 거침없이 나를 스쳐 사무실로 날아갔다.

순간 사무실에서 괴성이 쏟아졌다.

"어머 낫."

"아악. 깜짝이야."

작은 새는 사람들의 커다란 움직임에 겁을 먹었는지 밖으로 다시 나가려 창문을 두드렸지만 열린 창문을 찾지 못하고 고정문만 두드렸다.


애완조를 키우던 직원이 모두를 진정시켰다.

"저러면 더 놀래요. 모두 가만히 계셔주세요"

그는 날아오르는 새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야생에서 지낸 녀석이 쉽게 마음을 내어줄 리 만무했다.

그는 조심히 수건을 들고 날갯짓을 하다 힘이 빠져 구석에 앉은 아이를 수건으로 감싸 앉았다.

힘이 겨웠는지 한 번의 몸부림 없이 수건에 쌓인 작은 새는 그와 함께 사무실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몇몇은 그 뒤를 따랐다.

건물과 몇 걸음 떨어진 곳의 낙엽 위에 수건을 내려놓자 작은 새는 고맙단 인사도 없이 뒤도 보지 않고 날아올랐다.


사무실로 돌아오자 민원 신청을 위해 기다리던 분의 아이가 우리에게 물었다.

"짹짹이 어디 갔어요?"

동심을 지켜주고 싶어 아이의 눈을 맞추어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한테 갔지. 둥지로 갔어."

"짹짹이는 나랑 친구 하러 온 건데..."

아이는 손에 들고 있던 동화책을 우리에게 내밀었다.

알록달록 작은 새가 어린아이의 손에 놀고 있는 삽화가 그려진 동화책이었다.

"짹짹이는 나중에 또 놀러 오면 알려줄게."


많은 사람이 오가는 사무실 근처에 작은 산이 있어서 생각지 못한 손님이 찾아오곤 한다.

작은 새, 나비, 귀뚜라미, 꼽등이...

사람들이 오가는 곳인 줄 알고 잠시 구경삼아 온 작은 손님들은 사무실에 활기를 불어넣고 떠난다.

예쁘거나 무섭거나 징그럽거나 모두 사무실에 초대받지 않는 손님이지만 추억을 남겨주는 특별한 손님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