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34
책상 위에 건강보조제가 하나씩 늘어간다.
종류도 다양하고 그것들이 필요한 명분 또한 분명했다.
백전백승 서류와 눈싸움에 이겨야 하니 기 센 눈을 만들 루테인.
주인 잘못 만나 운동부족이 걸려 화장실에서 고생하는 장에 도움을 주는 유산균
의도치 않게 교태를 부리며 수시로 윙크를 날려대는 눈꺼풀에 잡아줄 마그네슘
완벽한 몸매 S라인이면 좋으련만, 척추 따라 생긴 S라인과 거북목의 환상조화를 막아주길 바라며 먹는 칼슘
양약만 먹으면 동양인의 체질과 맞지 않으니 홍삼진액
에따 모르겠다. 이거 하나 먹으면 마음의 평화, 종합영양제.
운동량을 늘리거나 걷기 운동을 위해 노력할 생각은 않고 가만히 앉아서 건강을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 아둔함을 알면서도 부족한 영양소라도 채워줘야 스스로 혹사시키는 몸에 양심의 가책을 덜 느끼려고 늘어난 약병들이다. 모두 매일 먹기엔 무리지만 가능한 몇 가지씩은 꾸준히 먹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잘 지키지도 못한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민원신청을 위해 아이와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 대신 다른 직원이 서류 진행을 해 주고 있었지만 내가 온 이상 처리진행 중이던 서류를 넘겨받았다.
서류 진행에 시간이 걸리는 작업인지라 익숙하게 신청인은 아이와 대기석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대기를 해주었다.
"저 서류가 팩스로 도착해야 하는데 그쪽 담당자도 점심시간이라 3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하네요. 기다리시겠어요?"
아이와 아이 엄마는 애매한 시간이라 사무실에서 기다리겠다고 하였다.
자리에 돌아와 직원에게 식사 후 먹을 것을 권유받았던 영양제가 떠올라서 말을 했다.
"지인이 추천한 약 사 왔는데 식후 바로 먹으랬는데 깜빡했네. 먹어야 할 영양제가 너무 많아져 버리네요."
책상 위에 머그컵을 들고 사무실 한쪽에 설치된 정수기에 물을 따르다가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선생님 뭐 먹어요?"
"아. 약 먹을 시간이거든."
말을 하고도 어감이 이상함을 느꼈다.
"선생님은 약을 배부르게 많이 먹어야 해요? 그러다가 배가 빵 터져요."
내 손바닥 위에 다섯 알 즈음 놓여있는 알약에 눈이 동그래진 아이가 내가 걱정된 듯 말을 했다.
양치를 위해 칫솔을 들고 지나가던 장난기 많은 직원이 나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약 줄이겠다고 아이에게 약속해요. 킥킥."
배가 터질 듯 영양보조제에 매달려서는 안 되겠다.
보란 듯이 운동을 시작해서 건강한 몸을 만들어 내고야 말겠다.
운동에 대해서는 약한 의지력을 다잡아줄 PT도 알아봤다.
이젠 약 먹고 배만 뽈록 나온 ET가 아닌 PT로 균형 잡힌 멋진 몸을 상상하니 그냥은 안 된다고 운동광 직원이 조언을 해준다.
결국 주문했다. 단백질 보조제... 결국 또 먹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