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3. @@@@
채비서에게 이끌려 도착한 새로운 학교의 분위기는 생경했다.
서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한가로운 것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시간도 공기도 사람들도.
미술관에 걸려있는 멈춰있는 그림 같은 작은 마을이었다.
담쟁이넝쿨이 드리워져 세월이 느껴지는 학교는 그림 속 중요한 피사체처럼 보였다.
수빈은 흘낏거리는 아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검은색 정장을 입은 채비서를 따라 교장실에 나란히 앉았다.
교장실 문틈으로 쑥덕이며 삼삼오오 지나가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체크무늬 교복들을 입은 아이들을 바라보다 교장실 벽에 걸려있는 거울에 비친 자신과 눈이 맞았다.
아이들과 같은 교복을 입고 표정 없이 앉아있는 자신이 한없이 낯설었다.
교장과 채비서 사이에 분주히 서류가 오가며 대화가 이어졌지만 수빈은 남의 일 같이 관심이 없었다.
무료해진 시선을 내려 무릎을 덮은 체크 치마에 체크 선을 따라 손가락을 세워 따라긋기를 시작했다.
손가락이 수많은 십자가 모양을 그려졌을 때 채비서가 수빈의 어깨를 두드렸다.
“수빈아, 교장 선생님이 불편한 거 있으면 말하라고 하시네.”
그제야 고개를 들어 교장이라 불리는 사나이의 얼굴을 보았다.
인자한 표정의 사나이가 뭐든 들어줄 것 같은 표정으로 수빈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빈은 휴대폰 자판을 빠르게 눌러 교장에게 보여주었다.
‘휴대폰을 수업 중에도 들고 있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