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암호

10. ↔↔↔↔

암호

by stamping ink

오늘따라 밤하늘에는 작은 별빛조차 허락하지 않고 어둠은 칠흑 같았다.

티셔츠에 땀이 흠뻑 배었다.

중정에 모여있던 아이들을 피해 쉬지 않고 복도를 걸었다.

넘어져서 다친 무릎이 아픈지도, 어디까지 걸어온 지 조차 몰랐다.


식은땀 범벅이 되어버린 수빈의 앞에 작은 불빛이 보였다.

벽을 더듬어가며 불빛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겼다.

수빈은 반딧불을 쫓는 아이처럼 그 빛을 향해 걸었다.


불빛 따라 멈추어선 곳에는 할머니의 쉼터인 숙직실이 희미하게 보였다.

숨죽여 가까이 다가갔다.

누가 다녀갔는지 문틈이 살짝 열려있었다.

작은 틈으로 보이는 방안에는 나무 십자가 하나와 몇 벌 안 되는 옷이 간이옷장에 가지런히 걸려있었다.

다이얼로 돌려 보는 작은 브라운관 텔레비전과 앉은뱅이책상이 궁색한 살림 중에서 제일 값어치 있어 보이는 물건 같았다.


숙직실 한편에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들키면 안 될 것 같아서 숨소리 죽여 벽에 몸을 바짝 붙여 다가갔다.

편한 트레이닝 복 차림의 교장이 욕쟁이 할머니와 마주 보고 손을 잡고 있었다.

이들을 본 것을 들키면 안 될 것 같아서 몸을 돌리려 했다.

'뭐지?'

욕쟁이 할머니의 뒷모습을 마주하는 교장의 입 모양이 수빈의 눈에 박혀 다리가 멈추었다.

수빈은 교장의 입 모양을 따라 움직여보았다.


몇 번이나 되뇌어도 눈에 틀림없이 보이는 단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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