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보청기와 함께 날아가버린 귀걸이를 찾느라 수빈의 정신은 땅바닥에만 꽂혀 있었다.
수빈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교장이 영숙에게 부탁의 마음을 전했다.
“어머니도 귀가 점점 안 들리시는 것 같아 걱정됩니다. 수빈 학생에게 한글을 배워 보세요. 아이도 맘 줄 곳 찾으면 둥지들 속에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겠습니까?”
“그걸 시부럴... 내가 왜 해야 하는데? 저 기지배는 영 말대꾸도 없고.”
“마음을 다치며 귀와 입도 닫혀서 그렇대요. 어머니가 찬찬히 다가가 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려요. 어머니도 한글 배워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고요. 어떠세요?”
영숙의 대답이 끝나기 전에 교장은 양복바지를 올려 잡고 수빈 옆에 쪼그려 앉았다.
돌부리까지 들쳐도 안 보이던 귀걸이를 교장은 쉽게 찾아내고는 수빈의 어깨를 두드렸다.
수빈은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며 허둥지둥 교장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교장은 무릎을 접어 수빈에게 눈을 맞추었다.
“수빈 학생. 자 이거 찾는 거지?"
수빈의 손바닥 위에 바닥에 뒹굴었던 붉은 귀걸이가 올려졌다.
"이제 수빈 학생도 하나만 도와줄래? 우리 청소 선생님 귀가 잘 안 들리셔. 한글 공부를 하셔야 하는데 수빈 학생이 도와드려 볼 수 있을까?”
'추천서'
수빈은 순간 엄마가 이야기했던 말이 생각났다.
생각지 못한 부탁에 눈만 깜빡이던 수빈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염병. 내 의사는 하나도 없는 건가?”
영숙의 중얼거리는 소리만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