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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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by stamping ink

어제 내내 무섭게 내리던 빗줄기가 그치고 수빈과 영숙은 학교 앞 버스정류장에 나란히 앉았다.

햇살은 어제 내린 비의 기억조차 지우려는지 내리쬐었고, 수빈의 팔목의 핏물도 말라있었다.


영숙은 수빈의 팔을 잡고 자신 쪽으로 몸을 거칠게 돌렸다.

“내 들었다. 너 귀만 안 들리는 거지. 말은 할 수 있다며? 근데 왜 말은 안 하는 거야? 그러고 있다고 누가 불쌍하다고 챙겨준다더냐?”

노려보는 수빈의 눈빛 따위 아랑곳없이 영숙은 계속 말을 이었다.


“이런 손목시계로 다 가려진다고 생각하냐? 시부럴. 가린다고 모든 게 다 가려지냔 말이야.”

수빈은 소리 없이 닭똥 같은 눈물만 떨구었다.

"아휴. 미련하긴. 내 못살겠네."

영숙은 탄식이 나왔다.

여려 보이는 수빈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수빈의 손목을 잡고 수업이 끝나서 아무도 찾지 않는 등나무 벤치로 이끌었다.

아무 저항도 없이 수빈은 끌려와 앉혀졌다.


"잠깐 있어."

수빈을 남겨두고 영숙은 잰걸음으로 학교 건물로 뛰어들어갔다.

남의 물건을 훔치다가 걸린 어린아이처럼 수빈은 그 자리에서 눈물만 떨구며 영숙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헐떡이며 영숙은 수빈에게 달려왔다.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어깨가 쉴 새 없이 들썩였다.

영숙은 수빈 앞에 손을 내밀었다.

땀방울이 맺힌 손에는 종이컵이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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