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쁘다 민원
전설의 고향이란 프로가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시절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만 빼꼼 내밀고 보아왔던 납량특집 공포 드라마였다.
수많은 이야기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
주인공을 추격하며 브라운관을 튀어나올 듯이 달려가는 귀신 때문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남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시체의 다리를 잘라 뛰던 아내의 뒤를 좀비처럼 쫓으며 계속 외치던 그 말,
"내 다리 내놔. 내 다리 내놔."
'내 다리 내놔 귀신'은 민원업무에도 존재한다.
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리고 민원 요청 절차를 물어보는 민원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학생 재학증명서가 필요한데요, 지금 갈 거니까 미리 준비해 주세요."
"죄송하지만 오셔서 민원신청서를 작성하시고 신분 확인 후 열람 발급이 가능하십니다."
"아휴, 꽉 막혀서는... 우선 제가 주민번호 불러드리고 가서 신청서 쓸 테니 미리 준비해 주시면 되잖아요."
밀려드는 분노 게이지를 조금 낮추고 다시 설득을 해보았다.
"발급 처리 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전산 확인은 해 봐야겠지만 정상 등록되어 있다면 5분 이내 도움드릴 수 있으니 오셔서 절차대로 진행 도와드리겠습니다."
"5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요? 지금 가고 있는데 바로 받아서 제출해야 하니 이렇게 전화를 하죠."
"오시더래도 우선 신분확인을 해야 해서..."
"뚜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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