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쁘다 민원
증명서 발급 업무는 매일 정기적으로 처리하는 업무가 아니다.
민원인이 민원서류발급을 요청하면 발생하는 업무이고 근래에는 인터넷을 통해 발급받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출력의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나 수기 발급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방문발급을 이용한다.
내게는 민원발급 외에 다른 업무도 하나 둘 늘어났고 새로운 업무 숙지로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
일주일정도 지나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돌아보니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 둘 익혀져 갔다.
사무실에는 각자 맡은 일을 처리하느라 키보드소리와 프린터 출력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O형의 긍정적인 성격의 표본이자, 막내의 생존력을 갖고 태어난 삼 남매 막둥이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힘찬 인사로 분위기 뒤집기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운동량 부족으로 급증한 뱃살 덕분에 복식호흡으로 다져진 발성이 우렁찼다.
노동법에 적힌 8시간 근무시간 동안 적막했던 사무실에서도 간간이 웃음소리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과학실무사로 근무 중인 근로자가 내 책상 앞에 섰다.
"응대 씨, 나 은행에 내야 할 서류가 있어서 그러는데 재직증명서 한 통만 떼주시겠어요?"
다른 업무를 배우느라 잠시 잊고 지낸 민원서류 발급 업무였다.
뇌정지...
순간 무엇부터 해야 할지 텅 비어버린 뇌가 되었다.
긴장한 티를 내선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목소리에서 삑사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재... 재직증명서요? 크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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