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수필]
나의 어린 시절 단짝 친구는 할머니였다.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 어린 시절, 형제가 학교에 가고 나면 따라가고 싶다고 울어대도 빈집에는 늘 할머니와 나만 남겨졌다.
가족이 모두 모일 저녁시간이 될 때까지 동네라도 뛰어다녀 놀며 시간을 보냈지만 그나마도 장마가 시작되면 기다림이란 지루하고 더욱 더디기만 했다.
장마가 시작되어도 매일 아침 행사 치르듯이 숱 적고 긴 흰머리 모두 끌어당겨 탁구공만 한 크기의 머리를 돌돌 말아 은색 반짝이는 작은 비녀를 꽂은 할머니는 지루함에 투정대는 손녀를 무릎에 앉혔다.
본인 머리를 곱게 쪽 지고 나선 단발머리 손녀의 머리를 열심히 빗겨주었다.
억센 손 빗질로도 작은 이가 톡톡 튀어 오르자 할머니는 커다란 달력 한 장 바닥에 깔아 두고 참빗으로 바닥에 머릿니를 톡톡 눌러가며 빗겼다.
여린 머리카락 사이로 단단한 참빗이 훑고 지날 때면 쓰라림에 금세 눈물이 그득 찼다.
손녀 눈가에 눈물이 흐느낌으로 들릴 때면 참느라 애썼다며 동글한 감자 몇 알을 가져다가 냄비에 넣어 곤로 위에서 감자를 익혀주셨다.
하얀 분내 포슬포슬 오를 때 곤로 기름내와 섞여 코를 자극하면 조바심에 빨리 냄비에서 꺼내 주지 않는 할머니의 치마를 성나게 잡아당겼다.
겨우 익자마자 꺼내 온 모락모락 올라오는 양은 냄비 속 감자를 허겁지겁 집어 들면 뜨거움에 바닥에 떨궜다가 집었다가만 반복했다.
입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약이 올라 울먹이는 손녀가 마냥 귀여워 보이셨는지 할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양손으로 껍질 까선 호호 불어 손녀 입에 넣어주었다.
차가운 빗물이 쏟아져도 할머니 한입, 나 한입 여름을 베어 물던 계절이 그리움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