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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남 Zeroman Aug 15. 2022

오늘의 바람, 나무, 별이 마지막일 수 있음을 느끼며

마지막이라는 건 돌이킬 수 없음을 뜻한다.

기후카지노의 저자 윌리엄 노드하우스는 몇 해 전 지구의 푸르름이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구가 지금의 푸르름을 유지할 수 있는 나날이 변곡점(티핑포인트)을 앞두고 있으며 그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구의 기후위기를 카지노에 놓여 있는 주사위에 비유한 그의 의도는 이 판이 비가역적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에서는 지구의 푸르름을 만끽하고 이를 회복의 계기로 삼는 휴가철이 시작됐다. 산과 바다로 떠난 이들은 그곳에서의 바람, 나무, 별을 즐긴다. 바람은 손 끝에 감기고 나무를 흔든다. 흔들린 나무는 청량한 소리를 낸다. 그 뒤로 별이 보인다. 푸르름이다.

동시에 푸르름이 사라지는 신호가 감지된다. 유럽은 이상고온을 겪는다. 이상고온으로 산불이 나고 온열질환자가 발생한다. 유럽의 에너지 부족 상황은 이상고온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한다. 기온 변화에 예민한 작물은 열매 맺기를 주저한다. 수요공급의 불균형으로 작물 가격이 오른다.

푸르름은 단순히 '보기 좋은' 감상의 대상이 아님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없으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어렵게 하는' 구속의 대상인 것이다. 이유는 우리가 푸르름을 통해 '회복'을 꾀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투우장에는 퀘렌시아(querencia)가 존재한다. 이는 투우장 소가 회복하는 불특정한 장소를 뜻한다. 따라서 투우사들은 경기 동안 소가 퀘렌시아에 머물지 못하도록 한다. 퀘렌시아에서 회복한 소는 이기기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구의 푸르름을 그러한 회복의 계기로 활용하곤 한다. 회복을 통해 다가오는 일상에 맞서는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상에 대한 회복력과 삶의 질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의 푸르름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구의  상황을 지구와 기후위기와의 결투로 비유하는 그림을  적이 있다. 그림  지구는 상대에 비해 왜소했으며, 버거워 보였다.  그림은  가지를 시사한다. 하나는 결투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함을, 다른 하나는 승리를 위해서는 필살기가 필요함을. 우리는 필살기를 준비해야 한다. 필살기로는  상황에 대한 위험 감수성을 제안한다. 건강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기후위기를 감지하고 이 맞서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회복의 시기다. 우리는 다가올 일상에서의 승리를 위해 올해 마지막 휴가를 보내고 있다. 마지막을 앞두고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봐야 한다. 오늘의 바람, 나무, 별이 마지막일 수 있음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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