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짓
꼬였다. 여러 가지 변수 때문에. 그리고 그 일들은 하게 만들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짓을.
중요한 날이었다. 보통의 날이라면 그럴 일이 없었겠지만 오늘만큼은 잘 보이고 싶었고, 좋은 기억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많은 것을 잡으려 했던 노력은 악수로 다가왔다.
지각이다. 한참을 늦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시간을 맞추려 부랴부랴 움직이는 것뿐. 하지만 왜일까. 평소 보이지 않던 신호등은 왜 이렇게 많으며, 그 대다수는 왜 빨간 불일까. 나는 금세 깨달았다. 조급한 순간이면 때를 기다렸다는 듯 덫을 놓는 머피가 찾아왔다는 것을. 다가서기만 하면 붉은색으로 바뀌는 신호등. 놀리기를 작정한 듯 눈앞에서 변하는 모습은 원망을 넘어 절망으로 다가왔다.
체념한 와중에 체면은 차리고 싶었나 보다. 근처 빵집에 들러 맛있어 보이는 빵을 사는 걸 보면.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덜고 싶었던 걸 수도 있겠지. 자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스스로 저질렀을 때 느껴지는 부끄러움은 생각 이상으로 크니까.
약속된 장소에 섰다. 부끄러웠다.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만큼 숨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결과적으로 즐거웠던 하루였지만 마음 한구석엔 씁쓸함이 남았다. 그 묵직한 기분 나쁨. 이는 깨닫게 했다.
싫어하는 짓을 저질렀을 때의 무게는 생각 이상으로 무겁다는 걸.
2023.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