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이의 후손인 학원 애들 더 안 보려면 칠판 앞에서 13일을 더 서성거려야 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그 마음 달랠 길 없어 먹태맛 과자 사들고 집에 갔다.
먹태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많이 아프다. 그래서 엄마 서재 책장 꼭대기에 있는 내 앨범을 끄집어냈다. 세기말의 나와 내 가족과 우리를 둘러싼 이름 모를 이들과 대한민국은 그 안에 납작하게 눌어붙은 채 엠버밍 되어 있다.
홀린 듯이 거대한 정사각형들을 넘긴다. 아빠에 놀라고, 엄마에 놀라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보고 멍해지고, 나와는 시선을 피했다.
따라서 망연히 소파에 누웠다.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벽에 걸린 시계뿐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움직이는 것은 초침뿐이다.
새빨간 초침만이 진실이다. 검은 시침과 분침과 아라비아 숫자는 허위 중 허위요 검은 양이다. 눈 부라리는 사실은 13일도, 6시 53분도 아니고 희망도 절망도 없이 1초씩 밀어내는 저 건조한 것이다. 벌떡 일어나서 의자 위로 올라가 유리를 깨고 저 것을 반시계방향으로 지긋히 누른 들 비참해지는 쪽은 저쪽이 아니다.
누가 쟤 좀 잡아봐라. 시답잖은 대화로 혼을 빼놓자. 그나저나 어디 가시려고 그래요. 미소와 목소리 진하게 새겨놓으시고 어디 가시려고 그래요.
건조하게 1초가 쌓인다. 배 위의 언덕을 보며 먹태깡이 먼 훗날 나에게 청구서를 내밀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