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영화 만들기 9
그동안 영화 현장이라 하면 힘쓰고 밤새고, 비 맞고 등등. 영화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스텝들도 겪어야 했다. 물론 그린스크린 촬영이나 밤장면을 낮에 찍는다거나 여러 방법들은 있지만 결국 우리의 몸은 현장이라는 곳으로 이동해 무거운 짐들을 내리고 장비들을 설치해야 했다. 하지만 AI 영화는 사무실로 출근해 본인의 컴퓨터로 향하는 게 현장으로 가는 것이다. 이렇게 들으면 되게 솔깃한데 나는 이러한 변화가 약간 적응이 되지 않았다. 가장 다르게 느껴진 것은 '소통'이었다.
사진
영화 현장에서는 그냥 소리를 지르거나 무전기에 말을 하면 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현장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집중만 하면 현장이 들아가는 것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AI 영화 프로젝트에서는 모든 것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몸은 편하지만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했다. 현장에서만 일하던 내가 온라인상에서 그것도 비대면으로 팀원들과 소통하려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
보통 영화 현장에서 사전에 소통을 할 때는 워크스페이스는 구글 드라이브, 카톡. 끝이다. 조금 체계적인 팀은 노션으로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연동하며 하기도 하지만 거의 본 적이 없다. 구글 드라이브가 끝인 것 같다. 무엇보다 계획적이어야 하는 영화 촬영이 어쩔 때는 가장 주먹구구식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리고 AI 영화 작업을 하니 그 주먹구구식 프로세스는 모두 탄로가 났다.
슬랙
많은 회사들이 슬랙을 쓴다고 하는데 왜 쓰는지 알았다. 우리 팀도 슬랙으로 소통을 하였다. 기존 영화 프로덕션에서는 동시다발적인 현장에 모두 같은 시간대에 있기 때문에 슬랙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본업이 있기에 각자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을 하여 각자 정해진 분량을 작업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이어나갔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기록을 남기고 프로젝트 매니저였던 내가 각자 작업자들이 무엇을 하는지 팔로우하고 있었어야 했다. 그 방법은 슬랙이었다. 물론 워크스페이스는 구글 드라이브를 이용하였고 인수인계나 내가 알아야 할 사항들은 슬랙으로 보고를 받았다.
씬 정리표 aka 작업현황판
이번 작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각자 어디를 작업하는지 서로 알아야 했고 작업현황판이 필요했다. 나는 이 작업현황판이 AI 영화 작업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각자 작업을 하는 여러 작업자들이 하나의 작업판에서 보고 싶었고 팀원들과 구글 시트를 통해 초기 버전의 작업판을 구성했다. 그리고 이 작업판의 초안은 기존 영화 사전 프로덕션에서 쓰이던 씬리스트의 형식에서 따왔다. 프로토타입이지만 작업현황판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기존 영화 현장과 AI 영화 현장이 어떻게 다른지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었던 경우이다. 우리 팀은 이 작업현황판 덕분에 이미지생성, 동영상 생성, 수정 등 여러 작업을 단 1개의 작업현황판을 보면서 작업할 수 있었다. 여러 툴을 쓰기 때문에 여러 창을 띄워야 했는데 작업현황판 하나에 모든 작업의 데이터를 볼 수 있게 만들면서 작업자들의 액션을 간소화하게 만들었다. 이 작업 이후 더 발전시켜 현재는 훨씬 더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버전으로 진화하였다.
같은 영화이지만 만드는 곳이 다르다. 사무실이라 편할 것 같지만 머리는 더 복잡하다. 영화 현장에서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빠른 눈치가 생명이었다면 이곳에서는 철저한 인수인계화 기록, 그리고 현황 공유가 생명이었다. 이 것들은 슬랙과 구글 시트 등 여러 협업툴들이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작업으로 나는 AI 영화는 어쩌면 이제 현장직보다는 사무직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팀원들을 현장에서 빠른 판단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살아남았다면 이제는 꼼꼼한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의 글에서 제작기를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해당 프로젝트를 같이 참여한 팀원들입니다. 해당 글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해 준 팀원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premier_aistudio
@dotheg_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