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출근길에 보이는 것들

연휴가 끝난 첫 출근길, 무거운 발걸음에 건네는 한 문장

by 황준선

알람이 울렸다. 연휴가 끝났다. 이불속에서 핸드폰을 보며 "오늘부터 다시 출근"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늘은 43년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시인이 쓴 세 줄에서, 무거운 일상을 다시 들여다보는 법을 이야기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의 자취

이 문장의 주인은 의외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

나태주, 1945년 충청남도 서천에서 소작농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열아홉 살에 경기도 연천의 한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했다. 그 뒤로 43년,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할 때까지 그는 한 번도 교단을 떠나지 않았다.


'풀꽃'이 세상에 나온 건 2003년이다. 공주 상서초등학교 교장으로 있던 시절, 특기적성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나갔다. 풀꽃을 그려오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엉성한 그림을 가져왔다. "어떻게 하면 잘 그릴 수 있어요?" 아이들이 물었다. 그가 한 대답이 시가 되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단 세 줄, 스물네 글자. 2012년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에 올라가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드라마에 인용되고, SNS에서 돌고 돌아 '국민시'가 되었다.


70대에 이르러서야 시인의 이름이 교사의 이름보다 먼저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태주는 이렇게 말했다.

"쓰기만 내가 썼지, 그 시를 키운 것은 세상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가 출근길에 건네는 말

이 시를 위로의 말로만 읽으면 절반만 읽은 것이다.

나태주의 시는 사실 하나의 제안이다.

우리가 빠르게 지나치는 것들을 한번 멈추어 보라는 제안.


우리는 출근길에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출근길의 무거움은 '일상이 반복된다'는 감각에서 온다.

음악, 쇼츠, 어쩌다 책 몇 줄...

그렇게 주변은 배경이 된다.


그런데 천천히 생각해 보면, 정말로 같은 날은 없다.

연휴 전과 후로 하늘색은 다르고,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다.


건물 사이로 비추는 햇살의 온도,

일주일 만에 아주 조금은 달라진 나뭇잎의 색깔,

그리고 늘 지나치던 편의점에서 언젠가부터 사라진 호빵 기계들까지.


그런 것들은 자세히 봐야 보인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미 거기 있는 것을 '자세히' 보는 것.

얼굴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늘 마주치는 출근길의 사람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것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두 번째 줄은 시간의 이야기다.


연휴 바로 다음 출근 날,

이 직장이 사랑스러울 리 없다.

매일 보는 동료가 특별할 리 없다.


하지만 나태주가 43년간 같은 자리에서 배운 건 이것이다.

오래 머물러야 보이는 것이 있다.


빨리빨리가 습관인 우리에게, '오래 본다'는 것은 낯선 일이다.

연휴가 끝나고 출근길에 서면 "밀린 일은 또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또'라는 말속에는 '이미 오래'라는 시간이 들어 있다.


그 시간을 무시하지 않는 것.

오래 보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

그것이 일상을 견디는 게 아니라 일상을 들여다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너도 그렇다"

마지막 줄은 가장 짧고 가장 넓다.

풀꽃에게 한 말이 결국 사람에게도 향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건 길가의 꽃만이 아니다.

연휴가 끝나고 돌아온 자리에서,

아침마다 마주치는 동료도,

늘 같은 자리에 앉은 나도, 그렇다.


나태주가 이 시를 쓴 건 교장실이 아니라 운동장이었다.

아이들 앞에서, 풀꽃 앞에서, 땅바닥에서 올려다본 세상에서 나온 말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격언이 아니라,

낮은 곳에서 올려다본 발견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이 무겁다면

한 가지만 자세히 보자!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어제와 다른 하루가 된다.



하루 시작 연습: 출근길에 하나만 자세히 보기

지하철 창밖이든, 버스 정류장이든, 사무실로 향하는 길이든. 매일 스치던 것 하나를 오늘은 멈춰서 본다.

횡단보도 앞 화단의 꽃이 무슨 색인지,

빌딩 유리에 비친 하늘이 어떤 모양인지,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어떤 표정인지.


하나만 자세히 보면 된다.

그게 오늘의 시다.


가족이 아직 곁에 있다면,

출근 전에 "올해 뭐 할 거야?" 대신

"오늘 뭐가 제일 눈에 들어왔어?"라고 물어보자.


혼자라면, 오늘 출근길에서 눈에 들어온 것 하나를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보자.

풀꽃 한 송이를 그리는 마음으로.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피천득의 <인연>을 읽는다.
연휴에 만났다가 다시 헤어지는 사람들. 그리움과 만남 사이의 거리에 대해.